코로나19가 조명하는 두 개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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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논설위원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에 휩싸이면서 두 나라의 국가행정과 시민사회의 비뚤어진 암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천지예수교회를 둘러싼 확진자 급증을 통해서 극심한 경쟁과 양극화 속에서 갈피를 못 잡은 젊은이들의 상황이 두드러졌다.

한편,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서도 목사나 교인들의 몰상식적인 행태를 나무라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교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심각한 고립이나 불안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 사회는 노인 표류 사회라 일컬어지는데, 한국에서도 노인들이 고독과 가난 속에 표류하는 모습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OECD 최악의 자살 대국이라는 한국에서 2018년 만 65세 이상의 자살률은 무려 48.6명으로 전체 연령대 자살률의 1.5배에 달한다(보건복지부).

일본에서는 정부 행정의 위기 대응 능력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신속하고 광범위한 종합효소 연쇄반응(PCR) 검사, 확진자의 격리, 그리고 감염 경로의 추적이 관건이 되겠는데, 일본에서는 어느 하나를 보아도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PCR 검사는 최근에야 확대 필요성이 간직돼가고 있지만, 국제 사회 표준이나 한국으로 치면 훨씬 미흡한 수준이다. 확진자 격리도 생활치료센터와 같은 시설이 없고, 도쿄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도 자가격리로 있는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다(823일 기준 1331). 게다가, 소위 깜깜이 확진자가 60%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한국은 10~20% 수준), 시중감염의 상황이나 규모를 헤아리기 힘든 상태에 있다.

애당초 일본에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컨트롤 타워가 없고, 방역 대책이나 방침들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결정되어 있는지 분명치 않다. 형식적으로는 니시무라(西村康稔) 경제재생 담당 장관이 코로나19 대책을 통괄하게 되어 있지만 존재감이 희박한 데다, 후생노동부나 지자체 등 관련 기관들과의 조정도 미흡하다.

그런 일본에서도 47긴급사태가 발동되고, 사람과의 접촉 80% 줄이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벌칙이나 강제력도 없이 이를 이루어내고, 코로나 제1(第一波)를 줄이는 데 효과를 올렸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재확산에 관해서는 사태가 제1파보다 심각한데도, 휴업보상 등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이 따라야 할 긴급사태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방역과 경제의 양립을 내걸어 ‘Go to Travel’ 캠페인 등 엉뚱한 정책을 폄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결국 일본의 코로나 대책은 일반 시민들이 스스로 하는 자제(자숙)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는 일본 특유의 우스스한 순응(conformism同調)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방역 규칙이나 매너의 자발적 순응은 일본인의 미덕인 반면, 이질적인 타자를 배제할 압력으로서도 작용해왔다. 사실, 방역 규칙 위반을 단속한다는 자숙 경찰이 등장하고, 자제요청을 따르지 않는 업자나, 감염원이 된 시설, 그리고 감염자 자체에 대한 혹독한 비난들이 SNS 등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순응압력은 많든 적든 간에, 한국 사회에서도 감지된다. 이웃 나라의 병리 현상을 자신들 사회의 거울삼아 위기 상황에서도 올바른 자체 진단이 있기를 기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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