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왜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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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가수 안치환. 그의 노래를 들으면 늘 심장이 요동치고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묵직한 메시지를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의 노래가 좋은 이유다.

그런 그가 한 달여 전 아이러니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아이러니 왜 이러니~’, ‘아이러니 다 이러니~’ 하는 노랫말의 라임이 맞아 귀에 잘 익는다. 노래는 권력에 알랑대다 완장을 찬 이들에 의해 세상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며 꺼져라 / 기회주의자여라고 일갈한다. 권력에 기생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애써 차려 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 얹고 있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향한 직설이다.

이런 노래 가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 발 저려 움찔하거나 강하게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니 편 내 편을 가르는 노래가 아니고 옳고 그름에 대한 노래라는 안치환의 말처럼 아이러니한 현실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irony)’변장의 뜻을 가진 희랍어 에이로네이아(eironeia)에서 유래했다. 어원은 남을 기만하는 변장(dissimulation) 행위이다. 이는 그리스 희극의 전형적인 인물인 에이런(eiron)의 말과 행동 양식에 적용되었다. 그는 힘과 지식을 숨기고 천진함을 가장해서 희극에서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전형적인 인물인 허풍선이 알라존(alazon)에 대해 승리를 거둔다.

그래서 아이러니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실제 사이의 괴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절대로 남에게 베푸는 사람 되지 말아라 / 희생하는 사람 되지 말아라 / 깨끗한 사람 되지 말아라 / (중략) 너보다 힘센 자들에게 인사 잘하고 다녀라 / 세상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하지 말아라 / 너 하나만 잘 살면 된다 / 오직 너 하나만 잘 살면 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한 류근 시인의 유언아들, 딸에게라는 시다. 문득 이 시를 당연하다는 듯이언어적 아이러니로만 해석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공정과 정의, 청렴, 신뢰와는 점점 멀어지는 길을 가는 이들이 더 많이 차지하고 누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세상에서는 활자의 의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마치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전쟁터에서 수류탄을 던지듯 무조건 던져보는 막말, 적을 향해 난사하듯 쏟아내는 비하와 저주의 글들, 지뢰가 터지듯 핏발 선 설전들이 때와 장소, 수단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자기 진영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혐오하고 저주하며 증오와 차별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자유, 평등, 국민, 인권을 외친다. ‘아이러니.

고가의 다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들이 공정을 얘기하며 부동산 정책을 다루고 순교를 거론하는 분별없는 종교인이 국가방역체계를 흔들고 있다. 우리 사회를 절망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비극적 아이러니.

갑자기 이 모든 상황이 아이러니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치환의 노랫말처럼 정말 아이러니, 왜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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