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 제주일보
  • 승인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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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친한 서점주인장의 추천으로 조태호 작가의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책을 최근 읽었다.

이 책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의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글로, 저자의 삶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이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에세이는 자기 자랑 같아서 잘 읽지 않는데, 서점주인장이 너무 강하게 추천해서 무언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읽게 되었다.

저자의 인생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으로 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TV에 출연해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전환점으로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이 되어 일본 유학길에 올랐지만, 그곳에서 만난 극우 성향의 교수로 인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왔던 저자의 지위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후 가족의 지지와 주위의 도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겠다는 저자의 초강력 의지로 상황을 극복하고, 현재는 미국에서 딥러닝을 이용한 치매치료 연구를 하고 있다.

위의 내용이 저자의 인생을 ‘간단하게’ 설명한 내용이다. 책에는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놀라운 건, 보통 사람들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안정된 삶을 살아나가지만, 저자는 안정될 때 즈음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너무 여러 번 겪어 지칠 법도 한데, 보이지 않는 길을 굳건한 믿음으로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이 책은 참 담담하게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이 멈췄다. 필자 사무실의 8월 매출은 지난 3월에 이어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주말은 엄마 생신이었지만, 서울에 가는 비행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아 가지 못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오빠 가족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세상이 멈추자, 마음도 덩달아 멈췄다. 오랜만에 곰곰이 그 동안의 삶을 뒤돌아봤다. 최근 몇 년간은 일주일을 하루처럼 살아왔다. 재판, 상담, 각종 회의와 모임들. 당연한 듯 지내왔던 그 바쁘고 정신없는 삶이 무언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내가 힘들어할 때 주위에서 일을 줄이라고 조언하면 그저 흘려듣기만 했었는데.

갑작스레 삶의 근본부터 흔들리는 기분.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지치도록 달려왔던 거지. 다른 길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까.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일까. 몇 달째 사춘기처럼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만난 이 책은, “사는 쪽으로, 포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는” 삶을 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잡혀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최근에는 특히 제주를 뒤흔들고 있다. 섬 안에서 감염병이 모르는 사이 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마 육지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포일 것이다.

필자도 지난 주말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문득 창 밖을 보니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있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자니, 그냥 이 순간이 다 좋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상이 멈추고 우리 모두 잠시 몸을 멈출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마음에도 잠시 멈춤을 갖고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곧 돌아오기를 소망하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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