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직·공모·인사청문 따져보기
개방직·공모·인사청문 따져보기
  • 제주일보
  • 승인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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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제주도감사위원장과 정무부지사, 행정시장, 제주도 산하 3개 공기업 사장, 출자·출연기관장 등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주요 기관장과 고위 공직자는 공개모집을 거쳐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공직 내부 전문 분야, 각종 기관·단체장도 개방형직위 또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개모집 대상이 된다.

제주도가 기관 단체장이나 고위직을 공개모집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사전 내정설’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다.

‘개방형직위’는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직위에 공직 내외를 불문한 공개모집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해당 직위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충원하도록 지정된 직위를 말한다.

‘공개모집’은 사람이나 작품, 물품 등을 널리 터놓고 알려 뽑는다는 의미다. 개방직과 공개모집, 취지는 참 좋은데 그 취지가 제대로 발현되기는 쉽지 않다.

주요한 자리가 비거나 새롭게 임명하는 절차가 시작되면 제주라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몇몇 인물을 추리고, 이런저런 인맥 등을 뒤지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어는 정도 윤곽이 보이고, 공모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온다. 사전 내정설, 보은인사 등의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공직 내부를 뛰어넘을 효율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직위를 개방직으로, 공모를 통해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문이다. 또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하는 것이 인사 책임자인 도지사의 책무다.

하지만 모든 자리를 반드시 공모를 통해야 하는지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의회 등과 연관되는 도정의 정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도지사와 결을 같이 하지 않거나 정책 철학에 공동분모가 없을 경우 도정 내부가 삐꺽거릴 수 있다.

행정시장도 아쉽지만 현재는 제주시민이나 서귀포시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도특별법에 행정시장의 역할은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도지사선거에서 런닝메이트가 아닌 경우는 개방형직위로 운영하도록 했다. 도지사의 지휘·감독을 받고 도정 주요 업무를 실제 집행하는 행정시장을 공모를 통해서만 임명하도록 한 규정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현재 진행되는 도청 고위직 공모는 공보관이다. 도지사의 ‘입’, ‘대변인’과 같은 공보관을 사전 조율 없이 전적으로 공모를 통해 뽑는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말도 나온다.

오히려 공모에만 치중하기보다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제주도의회 인사청문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고, 인사권자에게 보다 엄격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제주도특별법에는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리는 제주도감사위원장으로 한정돼 있다.

공모하는 자리와 도지사가 지명할 수 있는 자리를 재정립하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당 인사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해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가 도의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도의회의 정치적인 구도에 따라 청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포함해 개방형직위와 공개모집, 인사청문의 기능과 권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소통과 협치가 다시 한 번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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