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타이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동수 논설위원

뉴스 가치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따지는 것 중 하나가 시의성(時宜性)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정에 딱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의 사회적 이슈를 적절하게 반영한 따끈따끈한 것이라야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관심을 끌기 쉽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조급하거나, 아주 느긋하다간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는 비단 뉴스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도 제철 과일이나 수산물에 소비자들의 눈길이 먼저 간다. 돌아가는 시국과 맞닿은 영화라면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도 타이밍이 생명이다. 실기(失期)하면 닭 쫓다가 지붕만 쳐다보는 개 신세로 전락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위로와 힐링이 주는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부탁할 때도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식사하기 전보다 식사한 후에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신의 속이 든든해야 남의 사정을 들어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가 공공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는 ‘공공의료 강화 포기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 내에서도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 공공의료를 강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마디로 정부가 판정패하며 백기 투항했다는 것이다.

우선 발표 타이밍이 아쉬웠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는 인화성이 강한 이슈다. 이 같은 것을 왜 이 시국에 발표했는가. 코로나19가 안정화된 후에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방역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다. 그들에게 일치단결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공공의대 학생 선발과 관련해 시·도 추천위원회를 둔 것도 민심의 분노를 샀다. 공정한 시험을 거치면 될 일을 갖고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 여기서도 ‘아빠 찬스’ ‘엄마 찬스’를 쓸 것인가. 많은 이들은 조선 시대의 음서제 부활을 떠올렸다.

▲모든 일은 다 때가 있기 마련이다. 서둘다간 탈이 난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확실한 정책도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은 특히 그러하다.

‘뜨거운 감자’를 덥석 꺼냈다가 손만 뎄다. 그 후유증은 오래갈 것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