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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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을 경험해 본 이들의 공통점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지킨다는 것이다. 책에 있는 공부가 아니어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은 진짜와 거짓을 구분한다. 배려에는 진심을 더하려 노력하고 여린 감정으로 약자 편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에 소홀함이 없다. 영화 속 감동과는 별개이며 창조가 아닌 가진 것에서 아름다움을 꺼내온다.

지인의 어머니는 워낙 노년인데다가 치매가 심해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에 집으로 다시 모셔왔단다.

불현듯 내 생각이 났다며 재촉하는 부름에 도착해보니 장례준비가 한창이었고 손님맞이를 할 분위기였다.

안방에 누워계셨는데 옅은 미소가 편안해 보였다. 의식이 없어 영적 대화로 근처에 누가 있냐고 물으니 돌아가신 영감님이 보인다고 답했다. 꽃가마를 탄 연지 곤지 찍은 새색시를 멀리서 지켜보던 모습이고 밤새 업어주고 사랑을 속삭이던 그때란다. 아침에도 보였고 잠시 전에도 있었단다.(우리가 이야기하는 저승사자이다.) 지금은 너무 편안하고 끝이 아닌 시작이란 설렘이 더해진단다. 그리고 곁에 있는 식구들에게 슬퍼하는 모습이나 억지 눈물은 보기 싫으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란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자식에게 선한 삶을 살라고 가르치지만 스스로 실천하지 못했음이 한이고 남의 허물을 들춰낸 것, 이웃의 딱한 사정을 외면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단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큰며느리와 불편한 오해를 풀고 싶은데 도와달란다.

아들이 이 여자가 아니면 결혼을 안 하겠다는 모진 결심에 마지못해 허락을 했는데 처녀 적에 다른 남자가 있다는 소문이 귀에 거슬렸고 못난 이기심이 갈등의 높은 담을 쌓았단다. 차마 미안하다는 말이 안 나와 지금까지 왔단다.

이러한 사정을 가족에게 전해주니 알았다며 어디론가 연락을 했는데 굳이 싫다고 억지를 부린단다.

주인이 아닌 객이기에 구경에 그쳤는데 한참이나 지나서야 원한던 얼굴이 대문에 들어섰다. 두 손을 잡고 기도를 하나 했는데 환한 웃음의 영혼이 빛으로 사라졌다.

이승과 저승의 공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이 새겨진다. 기꺼이 내 것을 내줘야 선물로 오는 것이 행복임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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