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역린(逆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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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역린(逆鱗). 어감 자체부터 범상치 않다.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닐’이라는 뜻으로 ‘군주(임금)의 분노’ 또는 ‘군주가 노여워할 만한 그의 약점’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용은 유순하여 잘 길들이면 올라 탈수도 있다. 그러나 목 아래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슬러서 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일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만다. 군주(君主)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다. 설득하려는 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 설득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사상가 한비자(韓非子)가 쓴 ‘한비자’의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글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의 특혜 휴가 의혹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역린이라는 표현을 썼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한 방송사의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교육과 병역의 문제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 역린의 문제고 공정과 정의의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추 장관)아들의 황제 탈영,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교육과 병역은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공정해야할 의무이자 신성불가침 영역. 다시 말해 역린인 셈이다.

▲추 장관의 ‘엄마 찬스’ 논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빠 찬스’도 소환시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의 ‘엄마 찬스’를 지켜보는 국민은 작년 가을 조국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아빠 찬스’ 데자뷔라 느낀다”며 추 장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추 장관 아들 의혹 수사에 대한 공정성을 놓고도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수사 지휘 라인인 서울동부지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지난달 추 장관이 발탁, 임명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로부터 객관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임검사, 특별수사본부 등 독립적 수사가 가능한 수사팀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추 장관에 의해 쫓겨난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하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면 참으로 낭패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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