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와 헌마공신(獻馬功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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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제주는 명실상부한 말의 고장이다. ‘사람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을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주는 그야말로 말을 기를 수 있는 따뜻한 기후와 한라산 기슭의 광활한 초원 등 최상의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제주가 말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고려시대부터다.

원(元)나라는 탐라(제주)의 삼별초난을 진압한 후 충렬왕 3년(1277) 제주에 목마장(牧馬場)을 설치, 목호(牧胡·말 키우는 몽고인)을 파견해 말을 기르게 했다.

탐라가 고려에 반환된 후에도 공민왕은 1372년 명나라에 말을 보내기 위해 제주에서 말을 징발했고, 이후 1374년 다시 명나라가 말 2000필을 요구하자 묵호들이 공출을 거부하면서 ‘묵호의 난’이 발발하기도 했다.

이 난은 최영 장군에 평정됐지만 진압 과정에서 제주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조선시대 때도 국가가 운영하는 관영목장들이 제주에 설치돼 우마를 방목했고, 민간인들은 민영목장에서 우마를 사육하며 목축업을 번성시켜 나갔다.

대표적 인물이 ‘헌마공신(獻馬功臣) 김만일’이다.

김만일은 임진왜란 때인 선조 27년(1594)년 자신이 키운 말을 처음 조정에 바쳤고, 광해군 10년(1618)·12년(1620)·14년(1622), 정묘호란 전후인 인조 2년(1624)~6년(1628)에도 헌마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1000필이 넘는 말을 국가에 헌납했다.

그 공로로 김만일은 광해군 때 종2품 가선대부 오위도총부 부총관에 이어 정2품 자헌대부 동지중추부사를 제수받았고, 인조 때는 정1품에 이어 품계 서열 2위인 종1품(부총리급) 숭정대부로 직급이 올라갔다. 제주인으로서는 역대 가장 높은 벼슬이다.

▲다음 달 개관 예정인 ‘헌마공신 김만일 기념관’이 부실 공사 및 부실 설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 장마에 잔디가 식재된 외벽이 붕괴돼 콘크리트 구조물이 드러났으며 건물 내부에는 곰팡이가 피고 옥상 일부는 금이 간 상태라고 한다.

오죽해야 ㈔헌마공신 김만일기념사업회가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했을까.

철저한 원인 규명과 완벽한 보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추분(秋分)을 코앞에 두고 성큼 다가온 가을 분위기 속에 제주 중산간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고수목마 (古藪牧馬)의 풍경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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