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냥 당장 MK
고냥 당장 MK
  • 제주일보
  • 승인 2020.09.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만구 수필가

반가운 사람이 오시려나보다. 농장 초입에 보초를 서고 있던 녀석이 경계 소리가 우렁차다. 겸손하기만 하고 짖을 줄 모르는 다슴이 까지 임무를 잊지 않고 덩달아 동참한다. 완강하게 거부하던 목줄이지만 이제는 몸에 맞는 완장이라 생각하는지 낯선 사람이 방문에 요란하고 당당하여졌는가 보다.

형제 중에서도 제일 덩치도 크고 들고 나는 낯선 사람이나 차량을 향하여 어미 따라 짖어대는 게 마음에 들어 선발된 녀석이다. 어려서 그러하던지 집 뒤에서 제 몸을 숨겨서나 어미 뒤에서만 짖어댄다. 주인이라고 확인 되어서야 용감하게도 앞장서서 달려온다. 약간 색다른 밥을 주면 그릇에 머리를 처박아 아예 누구의 접근도 차단하여 버린다. 부모도 어의를 상실하였는지 그냥 쳐다보기만 하였다. 밖에서는 숨조차 제대로 못 쉬면서 가족 앞에서, 특히 어미 앞에서는 제가 대장이라도 되는 듯 형제들을 장난처럼 괴롭힌다. 고냥 당장이라고 회자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황흑백黃黑白 조합이 어울릴 것 같기에 아비인 흑구 다슴이, 어미인 백구 몽실이, 황구를 키우기로 하였다. 부모와 살게 된 강아지는 그게 얼마나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느꼈을까.

어미가 죽고 나서도 메어놓지 않고 길렀다. 자기 임무에 충실 한다고 그러한지는 모르나 아비와 한조가 되어 점차 폭군으로 변해갔다. 창고를 어지럽게 하던 쥐들을 몰아내며 안정을 찾아준 고양이 두 마리를 쫓아내고, 거위와 닭들은 넓은 농장에서 비좁은 송아지 운동장으로 추방시켜 행동범위를 좁혀버렸다. 심지어 커다란 소를 향해서도 겁박을 주려고 하였다. 나중에 나온 녀석이 힘이 좀 있다고 하극상을 불러오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것이구나,

그에 만족하지 않았는지 점차 지평을 넓혀가며 출타할 때 따라오려는 것은 기본이여, 언제부터 이성을 찾아 나섰는지 주변 농장 방문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는 그들보다 상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주인이 결단을 내릴 차례가 온 모양이다.

첫 단계는 목걸이 착용. 두어 번 고개를 흔들었으나 괜찮은지 불평 없이 평소처럼 행동한다. 한 몸이 되었다고 판단되어 2미터 가량 되는 줄을 채우고 고정을 시켰다. 처음에는 자해할 듯 쇠줄을 물어 뜨고 날뛰니 피가 흐르기까지 한다. 겁이 덜컥 들어 고정한 것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안정이 안 되는지 나무 밑에 들어가 꼼짝 않는다. 나름 데모를 하는 모양이다. 하룻밤이 지나서야 목줄을 꿰어 찬 체 밥을 먹기도 하고 돌아다닌다. 그런 과정을 겪고 나서야 제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농장 온 구석을 둘이서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며 이일저일 안 가리고 간섭하며 나섰던 몸인데 수문장이라니 신분 추락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며칠을 보내니 이제는 현실에 순응하는 모양이다. 이제야 자기가 완장을 찬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방문한 사람과 대화중에도 계속 짖어댄다. 자기 본분에 충실하려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참 떨어진 개를 보며 저 녀석 집 뒤에 숨어 틈으로 보면서 짓는다.’라기에 바라보았더니 틈새에 숨어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짖는 것이다. 허 그 녀석 누가 고냥 당장 아니랄까봐서.

고냥 당장. 자주 쓰는 말이었지만 내력이 궁금하였다. 당장堂長은 재회齋會나 성균관 유생들이 자치 기구에 임원이기도 하며, 서원에 딸려 있던 사내종을 뜻한다고 한다. 안에서는 말직이지만 약간이 힘이 있으나 밖에서는 전혀 힘이 통하지 않는 그러한 위치인 모양이다. 그래서 안에서만 당당한, 약간 비굴하기까지 한 사람을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아닐까.

어쩌다 풀려난 다슴이를 보더니 이제는 꼬리를 내리지 않고 맞장을 뜨려고 으르렁 거린다. 그것을 보니 이제는 자기 몫을 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당당하여 지려는 모양이다. 아니면 주인이 있으니 무서운 게 없어진 것이던지. 이제는 서서히 고냥 당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하게 완장 값을 하려는가.

집에서 기르는 소나 말을 비롯한 모든 짐승은 무슨 이유에선지 밥을 주는 그 주인을 닮는다고 하던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인 2020-09-22 08:35:31
잘 읽었습니다.
재미 있는 예전 이야기 많이 올려줍서게

게메이 2020-09-19 21:35:08
ㅎㅎ
잠승은 주인을 닮곡,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