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주차장부터
관공서 주차장부터
  • 제주일보
  • 승인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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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새로 지은 옆집 마당가에 하얀 페인트로 주차장임을 표시해 놓았다. 세계 10대 선진국이라지만, 국토의 면적에 비해 자동차 수는 선두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신축 조건과 차량 구매할 때 주차공간을 요구하는 시대다. 길가에 즐비한 차량 때문에 흐름이 원할치 못한데 잘하는 일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한 가정에 한 대만 있어도 가족의 어깨가 넓어 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각 가정에 두세 대씩 또는 그 이상 소유한 가정이 보편화하였다. 요즘 신세대는 주거지 걱정보다 나날이 쏟아지는 신차에 모든 걸 건다.

내 소싯적에는, 차를 탄다는 게 호강이었다. 신작로는 주민들이 자갈을 주워 모아서 깔고 다듬었다. 덜컹거리는 버스가 고장도 잦아 제시간 지키는 버스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뿌옇게 흙먼지 날리며 달리는 차를 보는 것도 흔치 않았지만, 돈이 아까워 차를 타지 못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십 리 내외는 멀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먼 길을 걸어서 통학을 했다. 20㎞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녀오고 하교 후 삶은 고구마 몇 개 보자기에 싸서 지게 위에 얹어지고 먼 길을 김장배추 사러 간 어머니 마중을 갔다. 무겁게 지고 오는 어머니 짐을 덜어지고 오던 시절에는 힘들고 가난했지만, 주차 걱정 없던 유일한 시절이었다.

한쪽 차도를 통제하면서 확장 공사를 해 보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자동차 수를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길이 막히는 것도 답답한데 주차하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판매가에 주차장 마련을 위한 기금을 포함했으면 좋겠다. 판매 대수와 비례해서 기금을 지자체에 배분하고 지자체는 속도 위반, 신호 위반, 주차 위반으로 거둬들인 과태료가 만만치 않은데, 그 엄청난 돈을 다른 데 쓰지 말고 보태서 시원하게 무료 주차할 수 있도록 시설을 늘렸으면 좋겠다.

시내에 볼일 있어 갈 때마다 주차할 걱정이 먼저다. 아직도 조냥 정신이 배어 있는 탓인지 돈 내고 주차하기보다는 길가 틈새를 두리번거리거나 무료주차장을 찾게 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늘 길가에는 각종 차량으로 메워진다. 목표지 주변을 두세 번 맴돌아 보지만, 주차면은 없고 유료주차장마저 가까운 곳에 없을 때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개인 주택에 주차 공간 표시를 요구하기에 앞서 관공서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어느 관공서 한 곳도 민원인이 맘 놓고 주차할 공간이 없다. 해마다 직원이 늘면 자동차도 늘고 주차공간도 더 필요한데 막무가내다. 민원 차량까지 늘어만 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민원은 당신 사정이고 내 알 바 아니라는 배짱이 두둑할수록 높은 사람이 되어 간다.

법원, 검찰청, 경찰서 등 법과 관련된 기관을 방문할 때면, 주차를 못 해서 안절부절 시간에 쫓길 때 난감함이란 실로 겪어 봐야 안다. 시간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하는 민원인을 눈에 힘을 주고 안경 너머로 볼 게 아니라 그 많은 벌금과 과태료 징수하면서 주차장 하나 제대로 마련치 못하는 관공서가 되레 미안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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