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탐라국 천 년의 담대한 비전
청년, 탐라국 천 년의 담대한 비전
  • 제주일보
  • 승인 20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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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고대했던 명절이 속절없이 끝났다. 아들은 끝까지 슬기로운 추석생활을 지켰다. 코로나19 때문에 명절 귀향을 자제한 청년들이 많았다. 덕분에 ‘취업 독촉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것이 무슨 벌거지 같으면 잡아서 돌팍에 대고 콕콕 찧어 불먼 내속이 씨원허겠네’라는 문해학교 할머니의 코로나 소감도 우습다. 하지만 내 마음은 청년 문제로 답답하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동향은 사상 최저의 고용율을 보였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이 로또 당첨자로 여겨질 정도다. 오죽하면 정부가 청년기본법을 시행했을까. 대한민국 발전의 근간인 청년들이 최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 변화로 인해 취업난이나 주거불안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청년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문이란다.

제주도는 정부보다 한 발 앞서, 청년정책 기본계획(2018년~2022년)을 수립했다. 5년 동안 소득, 자립, 참여·활동, 문화·여가 등 4개 영역에 1515억 원을 투자한다. 지난 3월에는 2020년 제주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내놓았다. 청년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결혼 출산, 생활 안정, 여가문화 등 삶 전반을 아우른다. 참고로 제주의 청년인구(19∼34세)는 2019년 말 현재 12만6109명이다. 총인구의 18.8%다. 조이혼률은 17개 시·도 중 1위고,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46.5%로 전국보다 1.6% 높으며, 자살은 2008년 이래로 청년 사망 원인의 1위를 차지한다.

한편,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Jiles)은 설립 이래 평생교육과 장학사업을 근간으로 청년을 위한 취업교육과 인재육성을 담당해 왔다. 올해는 청소년을 포함해서 223명의 학생들에게 약 3억70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국내 4차산업을 선도하는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AI(인공지능)기반 인력양성 사업을 실시했다. 청년들이 SKT연수원에서 기업 실무자로부터 직접 AI 상품개발용 교육·실습·멘토링을 받아 성과물을 산출하는 프로젝트다. 1차 연수를 완료한 학생들의 한결같은 소감은, AI산업의 최근 동향과 미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어 가슴이 뛴다는 것이다. 팀 프로젝트의 미션과 비전을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 가슴에 꿈으로 심어보겠다는 포부도 아름답다.

사실 AI 교육은 지난 3년 동안 실시해 온 청년 해외 배낭연수의 대체 프로그램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가는 길이 막히자, 발상의 전환으로 찾아낸 제3의 길이다. 제주지역에 없는 대기업과 협력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청년기본법의 이념을 연결하였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청년들이 푸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을 마련해 보려는 의도다. 이는 원희룡 지사가 지난 7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에서 제시한 더큰내일센터의 ‘선취업 후훈련-청년들에게 교육기회와 취업보장, 소득보장을 결합시킨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목하 Jiles는 제주 청년들을 위해 담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 124억8000만 원을 열 배로 키워보려는 그림이다. 탐라국 천 년의 이상을 이어갈 청년이야말로 제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대대로 가슴에 품어 온 이상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임이 자명하다. 민태원이 예찬했듯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 아닌가.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을 밟으며,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삶을 기경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플라톤을 읽는 청년들의 삶’을 지원하는 리더들과 학교바당을 일구었던 해녀들의 제주정신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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