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공립미술관의 공동기획전
서귀포시 공립미술관의 공동기획전
  • 제주일보
  • 승인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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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연구사/논설위원

한 문화인류학자는 ‘함께 상상하고 사물을 감각할 수 있는 집단의 능력’을 ‘정서의 공동체(community of sentiment)’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서귀포도 이주민 예술가 및 예술인 인구가 늘면서 지역 예술가들이 서귀포의 문화·신화·전설·역사·삶의 이야기들을 서귀포 사람들과 함께 정서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서귀포는 조선시대 가장 먼 유배지로서 많은 귀양객이 형(刑)을 살았던 땅이다. 또 서귀포 앞바다가 국제 해양항로여서 다른 지역에 비해 표류·표착이 많아 필리핀, 중국, 류큐, 네덜란드 등에서 이양선을 타고 온 외국인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물론 이들은 바람에 실려 온 불청객이었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산남의 오랜 문화적 기반이 되었다.

최근, 서귀포에 국내외 예술인이 들어오고 문화공간이 늘어나면서 문화도시에 대한 새로운 열망도 높아졌다. 서양은 이미 르네상스시대 이후 교회, 왕실, 유명 가문, 길드 등의 다양한 후원제도로 예술가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술가들의 삶이 안정돼야 예술의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살아야 예술이 살고, 예술이 살아야 도시에 생기가 넘치게 되는 것이다.

서귀포시에는 3개의 공립미술관이 근거리에 이웃해 있다. 기당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 시립미술관으로 서귀포에서 일가를 이룬 변시지 작품이 상설 전시돼 있는 곳이고, 소암기념관은 한국서예계의 큰 별 현중화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1951년 한국전쟁 때 피난 와서 화혼을 불태웠던 곳에 세워졌다.

서귀포는 생태적 환경이 좋고 문화적 기반이 넓혀지고 있으며,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높은 편이다. 문화예술의 입지도 좋아 다양한 예술가들이 창작의 도시로 여기고 있다. 다른 지역을 능가하는 유명 예술인들이 여럿 배출되었고, 그들로 인해 미술관과 기념관이 들어섰다.

산업과 관광의 패턴이 바뀌고 삶의 패턴도 다양해진 오늘날, 예술은 모든 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행복한 삶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웰니스 관광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예술은 추운 겨울 차가운 손을 녹여주는 따뜻한 온기와 같은 것이고, 위기의 순간에도 인간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위로의 메시지를 주는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 지금, 서귀포시는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해 미술관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당미술관·소암기념관·이중섭미술관이 바람(希·want)을 상징하는 바람(風·wind) 주제로 공동기획전 <서귀포에 바람>을 준비하고 있다.

서귀포시 3개 공립미술관이 온·오프라인 동시 준비 중인 공동기획전은 독립적인 3개 미술관의 특성화 전략이자 3개 미술관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문화적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공동기획전은 지역 작가들의 창작과 발표의 기회를 넓히고, 코로나19 시대에 온택트로 예술소통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문화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린아이의 서툰 첫 걸음마를 보며 신기해하듯, 한 발 한 발 발을 뗄 때마다 손뼉을 치며 감동하는, 그런 마음으로 후대에게 물려줄 예술의 도시 서귀포를 키워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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