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 없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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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코로나19로 휴관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 보니 하는 일 없어 좋겠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휴관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 없나?”

“기존 서비스 제공 방식과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달리해서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개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어느 회의 석상에서 복지관장이 던진 제안이다. 이뿐이랴. “언제까지 이대로 면회를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지원하듯이 노인요양시설에도 온라인 면회가 가능하도록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는 노인요양원장의 간절한 요구도 있었다.

“장기간 외출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시설 거주인들도 걱정이지만 이들을 매일 상대해야 하는 근무자들의 정신건강도 걱정”이라는 시설장의 고민은 이제 더 이상 복지 현장의 새로운 이슈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 못지않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근심 걱정에 속앓이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공통 사항이지만 사람이 모이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은 ‘복지 현장’이라는 말 자체를 성립시키지 못하고 있다. 복지의 위기다.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들은 소나기를 피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더 큰비가 쏟아질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이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이 참에 포스트(post)를 넘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도 일고 있다. 온라인으로 토론회와 세미나를 열어 지혜를 모으고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이웃의 삶과 연결된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 서비스의 혁신과 전달체계의 대전환, ‘뉴 노멀’ 시대 대응 전략 등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복지 현장 근무자들의 처우와 고용불안, 예산 부족 등의 ‘노멀’하지 못한 현실을 외면하는 한 이런 노력과 도전들은 희망 고문에 그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왜 그런 걱정을 사서 하느냐는 핀잔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려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는 이번 팬데믹 상황을 계기로 모두가 생존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존재를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고, 이 위기가 끝나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놓았다. 세계적인 경제석학의 예상인 만큼 적중했으면 좋겠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년 예산을 준비하는 시기다. 코로나19로 모든 경제 상황이 위축되고 당장 내일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터라 나눠야 할 고통의 크기가 클 것 같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미 올해 대비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 삭감이 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 등에 복지 현장에서도 근심이 크다. 물론 ‘사회복지예산 25%’에 대한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여러 가지 사정이 고려되고 기준을 적용해서 편성된 예산이 도의회 심의 과정을 거쳐 처리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사회복지예산을 다루는 데 있어 복지 현장에서 애쓰는 이들의 노고가 가볍게 취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휴관’기간에 하는 일 없어 좋겠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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