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였던 문화 뉴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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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뉴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잘 알다시피 뉴딜의 역사적 기원은 1929년 세계大경제공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2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 프랭클린 D. 루즈벨트는 대공황 이후 미국의 경제가 급속히 나빠져 가자 뉴딜(New Deal) 구호를 내걸었는데, 이는 그동안 미국이 견지한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접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었다.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 후 재정정책, 은행개혁, 화폐개혁, 구호 활동, 공공 사업, 농업 및 농촌 사업, 실업자 구제정책, 조세정책, 주택정책 등 다양한 분야 뉴딜을 진행하였다. 특히 1935년 공공사업진흥국(Work Progress Administration, 1939년 Work Project Administration으로 개칭)이 설립되었는데, 1943년 폐지되기 전까지 8년 존속기간동안 104만6000㎞ 이상의 도로, 12만 5000개의 공공건축물, 7만5000개의 다리, 8000개의 공원, 800개의 공항 등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하여 대규모 토목공사가 뉴딜 정책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문화예술분야에서도 뉴딜정책이 다양하게 이루어졌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공공사업진흥국은 연방예술프로젝트(WPA Federal Art Project), 연방작가프로젝트(WPA Federal Writers’ Project), 연방연극프로젝트(WPA Federal Theatre Project), 연방음악프로젝트(Federal Music Project) 등과 같은 문화예술분야 뉴딜 사업을 수행하였다.

공공사업진흥국 연방예술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시각예술 후원 사업으로 1936년 이 프로젝트의 절정기에는 5000명 이상의 미술가가 고용되었으며, 2560여 점의 벽화, 10만점 이상의 그림, 1만7700여점의 조각, 30만점에 달하는 판화, 2만2000점의 미국 색인 도표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이후 미국의 신예술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연방작가프로젝트도 큰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아메리칸 가이드 시리즈(American Guide Series)’를 제작하였는데, 지역 백과사전 같은 안내서는 지리와 역사, 건축, 민족연구 등 지역공동체에 대한 방대한 아카이브 작업이었다. 또한 미국인의 문화와 역사 보존을 위한 의미 있는 작업들이 이루어졌는데, 노예 신분이었던 2000명 구술생애사를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하는 작업도 수행하였다. 이 작가프로젝트로 66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었다. 여기에는 1930년대 유명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방연극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시민극장 설립 및 공공연극 보급 등과 같은 문화 사업들이 수행되었으며, 연방음악프로젝트를 통해서도 34개의 오케스트라가 설립되었으며, 다양한 콘서트의 개최와 음악교육들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하여 대중들의 문화 소비와 문화 향유 기반이 구축되기도 하였다.

이런 투자들은 물적 토대가 약한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을 구제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였지만 이후 사회를 견인하는 동력으로 작동하였다. 무엇보다 사회위기 때마다 공동체의 정체성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실제 역사에서도 위기 때 오히려 교육 및 문화예술관련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 수행에도 교육 및 문화예술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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