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단상
나훈아 단상
  • 제주일보
  • 승인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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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지난 추석, 고향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부모님 댁이 있는 서울에 못가고 연휴 내내 제주에서 혼자 쓸쓸히 보냈다. 올해 초 설날만 해도 부모님과 방콕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제 여행은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코로나19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외롭고 심심한 명절을 보내던 가운데 가장 위로가 되었던 건 단연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공연이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필자는 우연히 본 티비 공연 실황에 빠져들며 결국 재방송까지 챙겨보게 되었는데, 명절이 지난 이제는 매일 출퇴근을 하며 ‘영영’을 무제한 반복해 듣고 있는 ‘훈아오빠 앓이’ 중이다.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언제가 오프라인으로 훈아오빠 공연을 보는 것도 추가했다.

나훈아는 필자의 동년배에게 친근한 가수는 아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1947년생인 이 가황은 1966년에 데뷔를 했다고 한다. 무려 반세기 이상을 가수로서 살아온 것이다. 그 끼와 열정을 넘어선 어마어마한 끈기에 존경심이 생긴다.

나훈아 공연을 보며 노래도 좋지만, 그 화려한 퍼포먼스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필자의 부모님이 나훈아와 비슷한 연배이시기도 하고, 그동안 필자가 70대 어른을 생각할 때 들었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70대는 보통 ‘노인’으로 분류된다. 법적으로는 ‘가동연한’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한 사람이 일을 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최후 연령을 말한다. 가동연한은 각종 사고로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중요 척도가 되는데,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가동연한을 60세로 보다가, 작년 65세로 상향되었다.

결국 법적으로 65세가 넘은 사람은 일을 해서 벌 수 있는 수입이 없는 사람이라는 판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70세가 넘어도 정정한 분들이 많고, 이번 가황의 무대를 보았듯 오히려 그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가 있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정년 또는 가동연한이라는 개념은 일괄해서 그 분들의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 복지와 노인 일자리에 정부에서는 예산을 배정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 복지로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와 정신을 가진 노인들의 연륜을 활용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근본에 다가가는 방법이라고 본다.

지금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간단한 육체노동 수준으로 어른들을 ‘하향평준화’하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른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하는 것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나훈아 공연을 신나게 보다가,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생각이 미치며 뜬금없이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명절이 되었다.

추석 보름달을 보러 1100고지에 올라갔었다. 크고 밝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려고 했는데, 딱히 개인적으로는 빌 소원이 없었다. 그때 번뜩 보름달처럼 빛나는 훈아오빠가 생각나며, ‘어르신’들의 지혜로 더 빛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보았다. ‘테스형’의 지혜도 이천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져오지 않던가.

살다보니 이런 소원을 다 빌게 된다. 명절에 본 티비 공연 하나에 두근두근 팬심도 생기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주제에 대해 고민까지 하게 되다니. 정말 훈아오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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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2020-10-15 14:18:58
솔직하고 담백한 감상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