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의식과 체면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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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체면은 표출된 자기로 사회적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체면의식은 권위·품성·지위·위신·명예·명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사회적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다른 행동으로 자신이나 상대의 지위나 명분을 높이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예와 형식을 중요시하는 한국·중국·일본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나타나며 소비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면의식은 리엔(lien)과 미엔쮸(Mien-tsu)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엔은 도덕적 품성에 대한 사회적 믿음으로 품위 있는 인간을 만들게 된다. 미엔쮸는 심리적인 체면으로 노력을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성공과 허식으로 얻게 되는 명성을 나타낸다. 리엔이 없으면 인간에게 정직성과 성실성이 존재하지 않고, 미엔쮸가 없으면 성공하지 못하고 불명예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체면의식은 집단주의문화의 소산으로 도덕적 규범 역할을 한다. 소비행동에서 문제가 되는 체면의식은 사회적 성공과 관계가 있는 미엔쮸 개념이다.

개인의 체면은 덕성을 통해 얻어질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 교육, 직업, 경제적 부 등 비인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체면의식은 내세울 수 있는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며, 당위와 명분을 중요시하여 치레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회적 규범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체면의식이 강한 소비자들은 집단 속에서 행동기준을 찾게 된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제품 구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체면의식이 강한 소비자들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소비패턴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체면을 지키기 위해 묵시적인 사회적 규범을 따르려고 한다.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키기 위해 ‘예’라는 명분하에 사회적 지위에 상응한다고 생각하는 소비를 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는 사회적 지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유명상표의 제품을 구매하고 유명상점을 이용하며, 선물을 할 때는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고 받는 사람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나 받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가격이나 상표의 제품을 구매한다. 체면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소비행동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은 자신의 평가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한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원리였던 유교의식은 예와 분수를 중시하여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다른 소비규범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 소비규범은 검소와 절제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으나 사회 소비규범은 예와 형식을 갖추는 것을 중시하여 소비규모와 범위를 신분에 따라 제한하는 차별적 소비규범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 신분이 높을수록 화려한 의례를 규정하였으며 이를 지키는 것을 예라고 생각하였다. 신분구분이 뚜렷한 봉건사회에서 유교적 전통에 따른 소비규범이었다. 사회계층을 나타냈던 소비규범에 대한 전통이 사회적 신분이 와해된 오늘날에도 우리 의식에 많이 남아 있다. 자신이나 집안의 사회적 신분에 맞는 체면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고가제품으로 지위나 권위를 내세우고 부를 과시하며, 내용이나 실리보다는 형식을 중시하는 소비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비경향이 유명상표라는 이유로 비싼 값을 지불하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을 초래하고 있다. 나는 어떤 소비를 하는 소비자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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