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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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귤림추색(橘林秋色). 바야흐로 감귤의 계절이다.

이달 초부터 극조생을 중심으로 노지감귤 수확이 시작됐다. 1년 농사 끝에 과수원에 주렁주렁 달림 감귤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하지만 감귤값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2018년산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난해산보다는 높았던 감귤값이 시일이 지날수록 오르기는커녕 조금씩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5㎏ 기준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1만원으로 2019년산(9200원)보다 높았지만 다음 날부터 가격이 역전되며 14일에는 전년산 대비 1100원 떨어졌다.

출하 초기를 맞아 벌써부터 가격 동향을 예단하기 이르지만 농심은 초조하기만 하다.

중도매인들은 한결같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출하 초기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도록 품질 선별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당도가 높고 때깔이 고운 감귤인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도매시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감귤 5㎏들이 1박스 기준으로 최고와 최저가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대구북부시장에서 지난 4일 거래된 감귤의 경우 최고가는 2만8500원, 최저가는 3000원, 평균가는 8400원이었다.

관리가 잘된 최상품은 평균가 이상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온주밀감을 재배하는 농가들에게는 앞으로가 더 큰 위기다.

사과와 배, 포도 등 국내산 다른 과일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넘쳐나는 수입산 과일과의 싸움도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온주밀감보다 당도가 높은 한라봉, 황금향,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 재배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더욱 넓어졌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감귤 재배 면적이 내륙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감귤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면서 내륙에서 생산된 감귤도 2010년 136t에서 지난해에는 848t으로 급증했다.

제주 감귤은 물류비를 감안할 경우 전라도 등 내륙지역보다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제주 감귤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올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오는 2030년대부터 온주밀감 재배 적지가 전남 해안 중심으로 이동하고 2060년대에는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90년대에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온주밀감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감귤’이 사라지면서 차례상에 강원도산 감귤이 오른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임금님에게 진상됐고, 1970년대에는 ‘대학나무’로 불렸던 감귤이다.

지금부터라도 기후에 적합하고 병해충에 강한 신품종 개발 및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가들도 고품질 감귤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로 공부하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여기에 비상품 격리는 기본이다.

제주의 대표 과일을 다른 지역에 빼앗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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