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뿌리와 하도리 등대의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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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등대는 아스란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설렘과 안도감이 온몸에 번지게 하는 희망의 빛이다. 등대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나 여기 있다!’라고 항행하는 배에 알리는 것이다. 이것은 선박의 야간 항행에서 길잡이, 야간에 식별이 어려운 섬에 배가 좌초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 최초의 등대는 시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건축 기술로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올랐다. 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이 세상을 떠난 뒤 부하들은 제국을 분할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집트를 차지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왕위에 오른 뒤 기존의 파라오 계보를 없애고 자신을 프톨레마이오스 1세 소테르(구원자라는 뜻)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집트인이 아닌 그리스인이 왕인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직계 후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클레오파트라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 시절 이집트의 수도는 알렉산드리아(알렉산드 대왕의 이름을 따서 명명)였다. 여기에는 훌륭한 항구가 있었지만 주변지역이 평탄해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를 안내해 줄 경계표가 없었다. 항구 입구에는 작은 섬 파로스가 있었다. 파로스와 알렉산드리아의 해변은 약 457m 길이의 돌 제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섬에 등대를 건설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크니도스(현재 터키에 있는 도시)에 살던 그리스 건축가 소스트라토스에게 등대의 설계와 건축을 맡겼다. 그는 고전적인 이집트 건축의 기념비 양식을 적용해 약 137 m 높이의 탑을 세웠다.

그리고 맨 꼭대기에 윤을 낸 커다란 청동거울을 설치해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거대한 봉홧불의 빛을 반사할 수 있게 했다. 이 등대의 불빛은 56km 밖에 있는 배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습에 따라 소스트라토스는 자신이 만든 이 걸작에 자기 이름을 남길 수가 없어 왕의 이름만 새겼다. 그렇지만 그는 몰래 등대의 돌에 자신을 표현하고 그 위에 회반죽을 발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회반죽이 비바람에 씻겨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을 대신하여 구원의 신들을 위해 소스트라토스가 세움이라는 문구가 세상에 나타났다. 이 파로스 등대는 14세기까지 있었지만 지진으로 사라지고, 마음의 등대로 남아있다.

일몰 명소 이호테우해변에 배치된 빨강과 흰색 목마 등대는 낭만적이다. 사라봉과 별도봉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산지 등대가 뿜는 빛은 웅장하다. 하도리 등대는 소박하지만 범접할 수가 없다. 파란 바다를 밟고 서있는 빨강 목마는 역동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하도리 등대는 20m 정도의 좁은 수역 건너편에 정좌해 있다. 이 등대가 점하고 있는 영역은 너무 협소하다. 그렇지만 이 공간은 태평양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이 주위의 잔잔한 물결은 이 공간을 지키는 현무암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 정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념무상에 빠져든다.

이 수역을 지나가는 바닷물은 등대의 정겨운 친구이다. 인간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을 듯한 등대의 빨간색과 수역을 흐르는 파란색 피는 절묘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이렇게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풍광은 경이롭다.

오래 전 독일 철학자 헤겔은 빨강은 다른 것과 비교하기 힘든 확실한 정체성이 있으며, 꾸밈도 없다고 했다. 빨강은 한마디로 생명의 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도와 차도의 신호등에서 우리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빨강이란 신호에 정확하게 반응하며 멈춰 선다. 그리고 초록 불을 기다린다.

파랑은 쫓기듯 생활하는 현재를 잊고 언젠가 자연과 함께 했던 시간 흔적을 찾아나서게 한다. 파란 하늘을 쳐다볼 때 하얀 솜털구름은 마냥 포근함을 안겨준다. 잔잔한 파도소리가 읊조리는 트롯에 귀 기울이면 파란 하늘과 바다와 나는 하나가 된다.

하도리 등대에서 비움과 채움에 의해 에너지를 충전한 후 하도리와 종달리 일대의 도로가에 늘어선 수국의 내면을 읽는다. 수국은 해풍과 파도소리를 먹고 자라는 것 같다. 수국의 꽃이 피고 지는 자연섭리에서 이의 삶 철학을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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