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호황, 호황 속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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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코로나 정국을 틈탄 지나친 그린피 인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외제 슈퍼카 렌트비와 맞먹는 카트비’, ‘오로지 현금으로만 계산돼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캐디피 인상’, ‘골프장 내 식음료의 터무니없는 가격’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골프장 운영 개선’이라는 내용으로 올라온 청원이다. 4~5시간 정도 이용하는 카트비가 도내 골프장에서도 10만원에 달하니 ‘외제 슈퍼카’라는 말이 맞는 듯싶다.

또 다른 청원도 있다. ‘골프장 갑질 이대로 좋은가?’라는 내용으로 “코로나시국에 골퍼들은 해외에 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골프장들은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전국적으로 코로나 위기 속에서 골프장들의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골프장들이 ‘단군 이래 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제주는 물론 국내 골프장으로 골퍼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도내 골프장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는데 올해는 코로나가 골프장을 살려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내 골프장 이용객은 지난 6월 23만2580명, 7월 22만8599명, 8월 23만683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9%, 37.9%, 30.6% 증가했다. 무더위가 극심한 여름철 기록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골프장들은 이때다 싶은지 요금을 올리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 사태 이후의 골프장 이용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에서 10월 사이 전국 대중제 골프장 입장료는 주중 7.0%, 토요일 5.8% 인상됐고,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중 입장료는 2.1%, 토요일 입장료도 2.0% 올랐다.

같은 기간 제주지역 골프장 입장료은 전국 평균보다 더 올랐다. 또한 카트비도 도내 골프장 중 절반 가까이가 10만원에 달했고, 캐디피는 80%가량이 13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 등에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제주도도 골프장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 감면(현재 75% 감면)을 위해 제주도는 물론 국회의원까지 나서고 있다. 또한 지방세법상 재산세가 과세표준의 4%가 부과되지만 제주도는 3%를 적용한다.

대중제 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가 없고, 재산세가 과세표준의 0.2~0.4%가 부과돼 회원제보다 더 많은 혜택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대중제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처럼 세금 감면혜택을 주고 있지만 요금을 인상하면서 이용객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골프장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프장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고 수요가 많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니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호재가 된 것처럼, 호황일 때가 위기일 수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골프장들의 요금 인상이 제주관광 전체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요금을 올리는 대신 나중에 힘들다는 소리 하지 말아라”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세금혜택을 줘도 그 혜택이 골프 대중화, 이용객에게 돌아가지 않고 골프장 배만 불리고 있으니 혜택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지금의 꿀맛만을 찾고 주변과 미래를 살피지 않는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벙커에 빠질 수 있다. 신뢰를 잃으면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돌아오는 것은 외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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