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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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어릴 적에는 동네 곳곳에서 나오는 용천수를 ‘산물’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어서 ‘산물’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커서 알았다. 산물이 살아있는 물이며 이게 곧 생수(生水)라는 것을.

산이나 들판을 쏘다니다가 갈증이 나면 졸졸 흐르는 물길의 물을 먹곤 했다. 소나 말들은 물길의 뒤쪽에서 목을 축였다.

막무가내로 화학비료를 뿌리던 시대가 아니라서 이런 물을 마셔도 끄떡없었다. 특히 바닷가에 가면 여기저기서 용천수가 펑펑 나오니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돈에 가난한 적은 있어도 물에 가난한 적은 없다.

물 좋은 고향 덕분이다.

▲생수에 무지한 나는 프랑스산 생수 ‘에비앙’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인 줄 알았다. 예전에 인천공항에서 500리터짜리 에비앙 한 병을 1200원을 주고 산 적이 있다. 삼다수는 500원할 때다. 삼다수 가격의 2배가 넘었다. 수입에 드는 비용이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그런데 워터 카페에서는 한 잔당 3000~5000원에 이르는 물도 있다고 하니 에비앙도 싼 편에 속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에비앙보다는 삼다수를 더 좋아한다.

애향심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적인 맛 선호도 때문이다.

석회질이 많은 알프스 산맥의 영향으로 에비앙은 미끈한 맛이 있다. 화장한 얼굴을 보는 느낌이다.

이에 반해 삼다수는 민낯이다. 날것 특유의 맛이 있다. 난 그게 좋다.

▲제주는 삼다수의 고향이다. 국내 생수시장에서 삼다수의 입지는 확고하다. 점유율이 40%대로 압도적이다.

이처럼 물 좋은 제주에서 수돗물 깔따구류 유충 문제가 불거져 난리다.

최근 서귀포시 보목동, 서귀동, 대포동, 법환동지역의 수돗물에서 깔따구류 유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곳은 모두 강정 정수장을 통해 물이 공급된 곳이다.

서귀포시민의 불안감이 한층 커졌다.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거나 생수를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현지에 파견돼 깔따구류 유충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깔따구류 유충의 종류와 유입 경로, 깔따구류 유충이 포함된 수돗물 공급량 등을 자세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물 좋은 제주에서 어찌 이런 일까지 벌어졌을까. 물 관리하는 사람들이 물을 물로 본 때문이다. 물은 그냥 물이 아니다. 물은 곧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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