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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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수필가

얼마 전 갓난아기를 20만 원 받고 판다며 당근마켓에 올린 어느 미혼모의 글이 있었다. 다음날, 아기를 반려견 정도로 생각하는 저 철없는 20대를 어떻게 교화해야겠느냐는 다른 지방에 사는 작가의 카톡을 받았다. 그리고 어젯밤 그와 관련된 뉴스를 보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분노와 ‘얼마나 형편이 어려웠으면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아기엄마를 보호하는 곳의 관계자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걸음도 온전치 못하고 비틀거린다고 한다. 그녀가 모성이 없어서, 혹은 모성이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녀인들 마음이 편하겠냐는 말이다.

그렇다. 모두가 비난만 하고 보듬어 주지 않는다면 그런 환경에 처한 여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출산 후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이에게 기댈 가족도 없고 남편도 없으면 참으로 막막할 것이다. 미혼의 딸이 있어서 더 마음이 쓰이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여성이 궁박한 처지에 몰렸을 때 나라가, 또는 사회가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민이 내는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디트 피아프는 샹송의 여왕으로 프랑스 국민가수다. 노래로 세계인의 마음을 적셔주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극단적으로 불행하고 가난했다. 서커스단원이었던 아버지와 그를 낳고 두 달 만에 떠나버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아프는 포주였던 할머니에게 맡겨져 어린 여자아이에겐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영화 <라비앙로즈>는 그녀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국민 가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감명 깊게 보여준다. 오랫동안 심하게 병을 앓는 피아프를 위해 여성들이 함께 모여 간절하게 기도해주는 모습은 참으로 숭고해 보였다. 가진 것이라곤 기도라는 고귀한 보물밖에 없는 거리의 여성들이 아닌가.

뱅 동그란 눈과 가엾게 작은 키, 피아프는 아버지를 따라 유랑하면서 노래했다. 그러나 벌이는 안정적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돈이 떨어지면 할머니 밑에서 자란 시절로 돌아가 몸을 팔아 생활하기도 했다.

성공한 후에도 불행은 그녀를 자주 찾아왔다. 네 번의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비행기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수많은 사랑과 실패, 인생 후반기에는 술과 마약에 의지한 드라마틱한 생을 살았다. 제자였으며 연인이었던 이브 몽탕은 그녀의 명성을 이용해서 자신이 유명해지자 그녀를 버렸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그녀가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장밋빛 인생’이라는 유명한 노래는 그녀가 꿈꾸었던 인생인지도 모른다.

장황하게 피아프의 생을 열거하는 이유는 뉴스의 주인공이 된 여성이 희망을 갖고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누가 아는가. 그 아기가 위대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그 후손 중에 대단한 인물이 태어날지. 사람 일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은 위대한 존재다.

제주 어른들은 힘들게 사는 자식이나 이웃에게 힘을 실어 주며 ‘설운 애기야. 살암시민 살아진다.’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한마디가 요즘 큰 울림을 준다. 아기 엄마에게 등을 쓸어주며 말하고 싶다.

“아가, 울지 마라. 살다 보면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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