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농촌과 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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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들녘마다 발갛게 익은 열매와 누런 알곡들이 결실의 계절임을 알려준다. 농부들에게는 일 년 동안 고생한 대가를 얻는 계절이기도 하다.

감나무 가지마다 누렇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단 즙을 쪼고 빠는 새들도 때를 만난 듯 신나게 맛의 향연을 벌인다. 과수원에는 노랗게 익어가는 탐스런 귤들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산모의 배처럼 부풀어 오른 고구마 이랑, 수확을 기다리는 콩 이삭도 바삭 바삭 말라간다. 요즘은 어디를 둘러보아도 누런 가을 색채다.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기적도 없이 사라지는 계절의 색채다. 이런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자연이 주는 풍성한 눈요깃감에 몸과 마음도 덩달아 풍성해진다. 떨어져 밟히는 낙엽들도 내 어릴 적 감성을 불러낸다.

농촌 들녘을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니 가을 바다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다. 비릿한 갯냄새로 자욱한 해변 길을 걷다보면 동화 속을 걷는 착각이 든다. 고즈넉한 포구로 돌아오는 고깃배들도 보이고 고깃배를 쫓아오는 갈매기들의 성화도 대단하다. 행락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두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깔깔 대며 스킨십도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전망 좋은 벤치가 있어 이곳에 앉아 잠시 사색에 잠기노라면 코로나에 찌든 심신이 저절로 회복될 듯하다. 이런 풍경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해변 따라 펼쳐진 가을 빛 노을은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통통거리며 다가오는 고깃배가 보이고, 씨알 굵은 고구마 줄기를 들고 파안대소하는 할머니 얼굴이 그림 속의 주인공으로 가세한다.

이런 평화로운 어촌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은 현수막 하나가 바람에 펄럭인다. ‘전망 좋은 아파트 분양’. 이 아름다운 어촌도 탐욕의 자본 앞에 무참히 유린되리란 생각이 든다. 농경지가 사라지고 농민들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전원주택도 좋고 전원생활도 좋지만 그것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개발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의 터전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만의 것은 아니다. 미래를 살아가야할 우리의 후손들의 몫이기도 하다. 당장의 이익만을 좇다보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환경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가꾸며 보호해야 한다.

이제 제주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아늑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사라져 간다. 이곳을 찾았던 많은 외지인들이 다시 돌아가는 이유는 뭘까? 제주다움이 사라져가기 때문은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더 이상 제주다움을 잃어버리면 제주의 가치는 삼류 도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순박한 농촌과 어촌이 존재해야 제주는 제주다워진다. 자연을 이득의 대상으로 삼아 제주의 자연 훼손에 앞장 서온 자본가들은 지금도 권력과 결탁하여 더 많은 자연을 개발이란 명목으로 훼손하려 든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제주가 매력이 없어 찾는 사람도 없고 들어와 살고 싶은 사람도 없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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