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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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오십보소백보(五十步笑百步).’

직역하면 ‘오십보를 도망간 사람이 백보를 달아난 사람을 보고 비웃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속뜻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망간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서로 근본적 차이는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말은 중국 전국시대 맹자(孟子)와 위나라 양혜왕의 대화에서 나온다.

양혜왕이 자신은 이웃 나라의 군주보다 정치를 더 잘하고 있는데 자신의 백성이 더 늘지도 않고 이웃 나라 백성도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답을 구한다.

맹자는 전쟁을 비유로 들어 “전장에서 겁이 난 두 병사가 도주했는데 오십 걸음을 도망친 병사가 백 걸음을 더 달아난 병사를 보고 ‘비겁한 겁쟁이’라고 비웃는다면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물었다. 양혜왕은 이 질문에 “오십 보든 백 보든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인데 조금 덜 도망쳤다고 남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맹자는 “왕께서 펼치는 정치는 다른 나라와 오십보백보의 차이일 뿐 백성들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백성들이 존경하며 따르고 이웃 나라 백성들도 모여 들도록 하려면 다른 정치를 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올해 국감이 끝나자마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임정혁, 이헌 변호사 등 2명을 야당 몫인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임하자 민주당이 이 변호사의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부위원장 전력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변호사가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공수처 출범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인사를 추천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보장했다”며 큰소리치더니 이제는 절대 다수의 힘을 믿고 공수처법 개정을 들먹이는 민주당.

후보추천위원의 과거 전력으로 여당에게 꼬투리를 잡히는 국민의힘.

양당은 서로 핏대를 세우고 사생결단을 외치겠지만 코로나19와 생활고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민초들의 눈에는 ‘오십보백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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