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정열·세련된 문화 지닌 남미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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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형형색색 미술 작품 가득찬 카미니토 거리…대표 여행 명소
7월9일 대로 중심 대성당·대통령 궁 등 관광객 발길 잡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인 7월9일 대로의 10층 건물 외벽에 그려진 에바 페론 초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인 7월9일 대로의 10층 건물 외벽에 그려진 에바 페론 초상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비타의 주인공은 체 게바라와 에바 페론이다.

아르헨티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생이던 24세의 체 게바라는 8개월간의 중남미 무전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 목표를 수정했다. 그리곤 고향을 떠나 쿠바 혁명에 참여한 후 39세 때 볼리비아에서 교전 중 사망했다.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에바 페론은 천신만고 끝에 연예인으로 성공하여 후안 페론 대통령의 영부인으로 살다가 33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인 79일 대로를 걸어본 여행자들은 누구나 10층 건물 외벽에 그려진 두 개의 에바 페론 초상화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은 에바 페론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여행 측면에서만 보면 이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는 남쪽 라 보카 지구의 항구 마을에 있는 카미니토 거리일 것이다. 150m도 안 되는 이 짧은 거리와 주변 일대는 형형색색 화려한 색감의 미술 작품들로 들어찼다. 대부분 낡고 오래된 벽돌집과 양철집들이지만 외벽과 주변의 그림과 조각품들은 미술 문외한이 보아도 한결같이 아름답고 세련된 작품들이다.

이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이민 온 부두 노동자와 선원들이 모여 살던 빈민촌이었다. 그들은 쉬는 날이면 일터에서 쓰다 남은 페인트를 얻어와 자기 집과 주변에 색칠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런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항구 마을 외벽들이 점점 울긋불긋 멋진 그림들로 채워져 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쪽 라 보카 지구의 항구 마을에 있는 카미니토 거리. 허름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쪽 라 보카 지구의 항구 마을에 있는 카미니토 거리. 허름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세월이 흘러 베니토 킨켈라 마르틴이라는 이 지역 미술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거리를 다시 꾸미고 정비했다. 라 보카 지구가 오늘날 여행 명소로 만들어진 건 그의 정성과 노력 덕분이다. 라플라타강 앞 큰길에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마을 쪽을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아르헨티나 여행에선 탱고 공연 관람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여행 일정을 마친 저녁에는 5월 광장과 79일 대로 사이에 있는 오래된 카페 토르토니를 찾아가면 좋을 것이다.

1층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면 지하로 이동하여 8시 반에 시작하는 탱고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여정들을 포함하여 이 도시의 주요 명소들을 골고루, 짜임새 있게 둘러보도록 하자.

대통령궁과 공공건물들이 몰려 있는 도심 주변은 물론 남쪽 산 텔모 지구와 라 보카 지구까지 포괄하는 동선이다.

트레킹 루트 (10) : 엘 아테네오 서점(El Ateneo Grand Splendid)대법원(Corte Suprema de Justicia)-라바예 광장(Plaza Lavalle)콜론극장(Teatro Colón)-79일 대로(Av. 9 de Julio)오벨리스크(Obelisk)연방의회(Congreso de la Nación Argentina)-의회 광장(Plaza del Congreso)-바롤로 궁(Palacio Barolo)-카페 토르토니(Café Tortoni)-플로리다 거리(Av. Florida)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5월 광장(Plaza de Mayo)-카사 로사다 대통령궁(Casa Rosada)-여인의 다리(Puente de La Mujer)-데펜사 거리(Calle Defenza)-산 텔모 벼룩시장(Feria de San Telmo, 도레고 광장)현대미술관(MACBA, Museo de Arte Contemporáneo)-코스타네라 수르 생태 보호구역(Reserva Ecologica Costanera Sur)-라보카(La Boca) 지구 까미니토(Caminito) 거리-베니토 킨켈라 마르틴 조각상(Escultura Benito Quinquela Martín).

엘 아테네오는 오래된 오페라 극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특이한 책방이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서점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트리부날레스역 주변으로는 대법원 건물과 라바예 광장 그리고 세계 3대 극장에 포함된다는 콜론극장 등이 인접해 있어 여유롭게 주변을 거니는 이들이 많다.

콜론 극장 앞으로 뻗어난 79일 대로는 도심 복판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폭 14m의 중심 도로다.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일을 도로 이름에 넣었다. 79일 대로 복판에 67m의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어 여행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도시 건설 400주년을 기념하여 1946년에 세워진 도시 상징 기념탑이다.

대로 서쪽으로는 의회 광장을 사이에 두고 연방의회 건물과 바롤로 궁이 적당히 떨어져 있다. 특히 바롤로 궁은 이 일대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건축물이다.

플로리다 거리 남단 주변 또한 여행자의 관심을 끌 만한 명소들이 서로 인접해 있다.

유럽과 남미 대부분 도시에 하나씩 있게 마련인 대성당이 먼저 눈에 띈다. 아르헨티나의 독립 영웅인 산 마르틴 장군이 안장되어 있는 곳이다.

카페 토르토니에서 매일 저녁 펼쳐지는 탱고 공연. 이태리 등 유럽에서 이주해 온 부두노동자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고 있다.
카페 토르토니에서 매일 저녁 펼쳐지는 탱고 공연. 이태리 등 유럽에서 이주해 온 부두노동자들의 일상과 애환을 담고 있다.

대성당 남쪽에 펼쳐진 5월 광장은 도시의 중심 광장이다. 1810년 에스파냐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5월 혁명이 바로 이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처럼 지금도 대중들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는 집회 공간이기도 하다.

5월 광장 동쪽에 자리한 카사 로사다는 정부 종합청사이자 대통령 관저이다. 건물 외양 색감 때문에 장미빛(rosada) (casa)’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관저 동쪽으로는 다르세나 수르 강(Rio Darsena Sur) 위에 심플하면서 멋진 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여인의 다리란 이름의 보행자 전용 다리이다. 탱고 춤을 추는 여인의 다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도심 남쪽 산 텔모 지구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도시를 공략할 때 전초기지로 삼았던 곳이다. 한때 부유층들의 거주지였던 일대가 세월과 함께 쇠락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 앤티크(antique)한 분위기가 오히려 여행자들에겐 매력 포인트인 듯하다.

5월 광장에서 남쪽으로 1.5곧게 뻗은 데펜사 거리는 산 텔모 지구의 중심이다. 에스파냐 식민시대의 가옥들이 유물처럼 즐비한 이 거리의 도레고 광장은 특히 벼룩시장으로 유명하다.

데펜사 거리 남단에 자리 잡은 현대미술관(MACBA)은 산 텔모 시장에 인접해 있어 이왕이면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산 텔모 지구에서 강 건너 동쪽은 코스타네라 수르 생태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의 습지 공원이다. 시간이 된다면 도심을 떠나 여유롭게 한두 시간 정도 거닐 만하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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