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삶으로 수놓은 그리운 동네, 산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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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산지천난장(下)
풍경 너머 우리가 잊고 지낸 오래된 이야기 스며있어
익숙한 냄새가 따스하게 감싸는 곳
아직도 산지천 물길 주변에는 오래된 삶들이 즐비해 있다. 삶의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레트 집들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고 소소한 내력을 품고 있는 정겨운 풍경이 익숙하다. 그림엽서 같은 시간들이 가득 차 있는 산지천에서 바람난장 식구들이 옛 추억을 풀어놓았다.
아직도 산지천 물길 주변에는 오래된 삶들이 즐비해 있다. 삶의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레트 집들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고 소소한 내력을 품고 있는 정겨운 풍경이 익숙하다. 그림엽서 같은 시간들이 가득 차 있는 산지천에서 바람난장 식구들이 옛 추억을 풀어놓았다.

일상이 된 풍경은 새롭지 않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도시에서 감흥을 느낄 만큼 일상은 여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잠시 긴 호흡으로 들여다보자. 풍경 너머엔 우리가 잊고 지낸 오래된 이야기가 스며있다. 나는 지금 차를 타고 빠르게만 지나던 산지천 물길 옆에 서있다. 찬찬히 이 오래된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도시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아프고 시들기도 한다. 원도심의 대표 격인 산지천과 그 일대. 무근성, 칠성통을 비롯해 옛 제주읍성 남문에서 이어지는 옛 골목 한짓골까지. 이 동네들은 함께 태어나고 성장해 온 곳들이다. 빠르게 달려온 근현대사를 거치며 도시의 전성기도 함께 누린, 그러나 지금은 변두리가 된 아픈 손가락 같은 옛 동네들이다.

몇 차례의 공사로 광장이 조성되고 산책로도 생겼다. 끊겼던 물길이 트이고 도로가 닦이면서 산지천과 그 일대는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났다. 잃어버린 옛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 안에서 다시 삶과 동화되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은 다름 아닌 옛 이야기였다.

 

객주?”

만덕객주?”

주모는?”

곧 온다고?”

물 건너온 발길들 틈에 나도 슬쩍 끼어 앉아

제주시 산지山地바다와실랑이를 벌인다

 

파전에 빙떡 몇 개 놋주전자 잔도 몇 개

그래, 여자지만

생이 뭐 별거우꽈?

까짓것 곳간 못 털랴, 사랑마저 털었는데

 

굳이 그런 일로 소원을 이르라시면

금강산도 임금 얼굴도 딱 한 번이면 되는 거지

몇 잔 술 뱃멀미 같은

바람 한 번 피는 거지

-오승철만덕객주

시낭송가 이혜정님과 장순자님이 읊어낸 시 ‘만덕객주’에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 ‘김만덕기념관과 객주’는 역사·문화 복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이다.
시낭송가 이혜정님과 장순자님이 읊어낸 시 ‘만덕객주’에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 ‘김만덕기념관과 객주’는 역사·문화 복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이다.

시낭송가 이혜정님과 장순자님이 읊어낸 시 만덕객주에 자꾸만 미소가 지어진다. ‘김만덕기념관과 객주는 역사·문화 복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이다. 조선시대 제주의 여인이 이뤄낸 나눔의 업적을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까닭이다. 그러나 아무리 복원을 잘 하더라도 인적이 부재하면 박제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복원이란 이렇게 한 편의 시와 이야기가 입혀지면서 그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일인지 모른다.

화려하고 세련된 멋과는 거리가 먼, 익숙한 냄새가 따스하게 스며있는 산지천 동네. 그 곁에서 우리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관홍 플룻 연주가의‘가을 아침’과 ‘마음을 드려요’가 흐른다.
화려하고 세련된 멋과는 거리가 먼, 익숙한 냄새가 따스하게 스며있는 산지천 동네. 그 곁에서 우리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관홍 플룻 연주가의‘가을 아침’과 ‘마음을 드려요’가 흐른다.

아직도 산지천 물길 주변엔 오래된 삶들이 즐비해 있다. 삶의 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스레트 집들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고 소소한 내력을 품고 있는 정겨운 노포들도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멋과는 거리가 먼, 익숙한 냄새가 따스하게 스며있는 산지천 동네. 그 곁에서 우리도 풍경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관홍님의 플릇 연주 가을 아침마음을 드려요가 흐른다.

전병규 국악인이 현희순 반주자의 반주에 맞춰 소금 연주로 ‘봄 아지랑이’와 ‘가을’을 산지천을 물길에 실어 보낸다.
전병규 국악인이 현희순 반주자의 반주에 맞춰 소금 연주로 ‘봄 아지랑이’와 ‘가을’을 산지천을 물길에 실어 보낸다.

살짝 발끝을 세웠더니 눈에 들어온 원도심 세상은 묘한 운치가 흐른다. 어지러운 전선줄 너머엔 아주머니가 빨래를 널고 간이 의자를 내놓고 점심 장사를 준비하는 식당들도 정겹다. 고양이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반쯤 열린 집대문도 그림처럼 놓여있다. 소박하고 단출한 산지천의 일상적 단면들이다. 그들에게 보내는 연가. 전병규님이 소금 연주(반주 현희순) ‘봄 아지랑이가을을 산지천 물길에 실어 보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도시가 생겨나고 사라진다. 밋밋하고 비슷비슷한 도시의 생애는 산지천 동네를 다시 보게 한다. 각박한 도시에 메인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산지천을 걸어보자. 이곳엔 헛헛한 마음을 달래줄 따스한 그림엽서 같은 시간들이 가득 차 있다.

다음 바람난장은 10월 31일 오라동 메밀밭(오라2동 산76)에서 오전 10시에 진행됩니다.


사회-정민자

그림-홍진숙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이혜정 장순자)

소금-전병규

반주-현희순, 김정숙

성악-황경수, 윤경희

플룻-이관홍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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