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死線) 너머로 가는 길
사선(死線) 너머로 가는 길
  • 제주일보
  • 승인 202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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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순 수필가

오늘도 어둑새벽에 집을 나섰다. 인근 도시공원으로 운동하러 가는 길이다. 한 시간 남짓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서너 바퀴 돌고 기구를 이용한 근력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중병을 앓고 난 후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이라 생각해서이다.

2014년 초겨울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위(胃)에 이상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예기치 못한 놀라운 비보에 신경이 곤두섰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다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아뿔싸 그 공포의 질환 위암이라고 한다. 청천벽력 같은 결과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엄습하는 공포와 불안으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만감이 교차하며 절체절명의 사선에 선 절박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의술이 좋아 치료가 되겠지.’ 억지로 자위해 보지만 벼랑 끝에 선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조기 위암, 진행성 위암 여부가 최대관심사였다. 조직검사 결과 진행성 위암은 아니라고 한다. 그나마 붙잡고 의지할 희망의 끈은 있었다. ‘그래 건강검진을 제때 받은 덕분에 사선은 넘은 거야.’라고 애써 자위하니 최고조의 공포와 불안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한 달 후 수술을 받았다.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으로 암이 있는 부위를 절제하는 첨단의술이다. 수술 후 체중이 5㎏ 정도 빠지고 수척해졌으나 정신은 맑고 마음은 홀가분했다. 삼사일 후 죽을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일주일 되던 날 소화제 등 간단한 약물을 처방받고 퇴원했다.

일주일 만에 접한 병원 밖은 정월 초순 설한의 공기가 싸늘하지만 상큼하고 신선하다. 이제 집으로 간다는 설렘에 드넓은 설원을 나비처럼 날고 싶었다. 우리나라 의술 발전에 크게 감탄하며,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선생님이 존경을 넘어 절대적 존재로 각인되었다. 불안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퇴원 후 2년 동안 수술받은 병원에서 6개월마다 CT·내시경·위장조영술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3년째부터는 특별히 검사나 치료를 안 받아도 되었다. 식사는 자극성 있는 맵고 짠 음식을 피해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채소 위주로 한다. 거의 매일 한 시간 남짓 운동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이다. 식생활 개선과 꾸준한 운동이 병마를 이기는 최적의 수단이다. 이제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고 전과 다름없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발생한 질병 치료에서 발병 전 위험성을 확인하여 저항력을 키우는 예방의학을 지향한다. 그 주요 수단인 건강검진의 역할은 매우 크다. 직접 체험을 통해 현대의학의 유용성을 절감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건강을 잃고 탓해본들 후회는 결과에 앞서지 않는다. 과식·과음으로 무절제했던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다. 입원해봐야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을 잃어봐야 건강의 가치를 안다.

이제 건강 문제로 잠시 소홀했던 문학동아리 활동과 서예, 낚시 등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일주일에 동호인들과 한두 차례 만나 학습하는 시간이 즐겁다. 문방사우의 그윽한 묵향 속에 진지하게 써 내려가는 한 획 한 획에는 동양 정신이 살아 숨 쉰다. 문화적인 삶을 위한 취미생활은 삶의 가치를 더해준다. 문학과 서예, 낚시 등 취미생활에 기대는 일상이 즐겁다. 건강검진과 첨단의술이 있었기에 오늘에 존재함을 망각하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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