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꽃피운 ‘자치분권’…건강한 공동체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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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제주일보 공동 프로젝트-제주시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
신도시와 원도심 공존 일도2동, 주민들이 환경문제 해결 ‘앞장’
버려진 자원 디자인·재가공…자라나는 세대에 ‘산 교육의 장’
제주시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한 해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유스 에코-리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제주시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한 해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유스 에코-리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분권 로드맵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실현이 핵심 전략이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주민의 의사와 괴리된 정책 결정보다 주민이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관(官) 주도의 마을정책 수립·집행이 아닌 풀뿌리 주민자치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실효적인 지방분권을 이뤄낼 수 있다. 본지는 읍·면·동의 행정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제주시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의 모범 사례를 통해 제주형 주민자치의 방향을 제시한다.

인구 3만3500여 명인 일도2동은 신선이 바둑을 두는 모습과 비슷한 지형에 유래해 예로부터 ‘신산모루’라고 불려왔다. 모루는 제주방언으로 ‘동산’을 뜻한다. 도심의 허파인 신산공원과 제주문예회관이 들어서면서 문화생활권의 중심지로 꼽힌다.

조선시대 제주에는 10개의 국영목장인 10소장(十所場)이 있었다. 이중 고마장(雇馬場)은 일도2동 사라봉 별도천 서쪽에 있었고 수 천 마리의 말을 사육했다. 고마장은 관아에서 백성으로부터 징발한 마을 기르던 곳이다. 이후 정종 임금 당시 연안 김씨 입도조가 4대에 걸쳐 말을 길렀다.

야성이 있는 산마(山馬)가 아닌 품종이 우수한 갑마(甲馬)를 진상하면서 선조 임금 당시 국마장으로 지정됐다. 가을에 한라산을 배경으로 말들이 풀을 뜯는 풍경을 고수목마(古藪牧馬)라 부른다. 제주의 절경을 요약한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다.

고마장(국영목장)은 현재 아파트단지와 신흥 상권인 일도지구가 들어서면서 사라졌지만, 일도2동 도로명은 고수목마에서 유래해 ‘고마로’라고 명명됐다.

지난해 열린 고마로 마문화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작은 말(미니 홀스)을 만져보고 있다.
지난해 열린 고마로 마문화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작은 말(미니 홀스)을 만져보고 있다.

일도2동은 제주 말을 테마로 2014년부터 고마로 마(馬)문화 축제를 매년 10월에 개최했다. 지난해까지 6회 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다.

30년 전인 1990년대 초 허름한 식당 2곳에서 팔던 고기국수가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의 대표적인 음식문화 거리인 ‘국수문화 거리’가 일도2동에 들어섰다. 고기국수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자 서울에 분점이 들어섰다.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두성)는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룬 도시에 문화·역사·예술이 마을 곳곳 스며들면서 주민자치가 활발하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청정한 제주의 자연을 널리 알리고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난해 ‘환경을 보고, 느끼고, 배운다’를 주제로 유스 에코-리더(Youth Eco-Leader)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봉개동 쓰레기위생 매립장 인근에 조성된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버려진 생수 페트병에 흙과 작은 자갈을 깔아 천연 공기 정화기인 다육식물을 재배하는 꽃화분 만들기를 진행했다.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삼베옷과 면옷은 물론 에코백과 손수건에 천연염색으로 재활용의 가치를 높였다.

커피숍에서 버려진 1회용 투명 용기를 깨끗이 씻고, 여기에 버려진 젤 형태의 드라이아이스를 담아 향기와 색을 입혀 냄새를 잡는 방향제도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동초등학교와 인화초등학교 등 3개 초등학교 학생 10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또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에서 쓰레기 처리 과정을 보고 체험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관내 13곳의 경로당 노인 138명을 비롯해 다문화가정과 지역아동센터 등 소외계층 아동 100여 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23일 일도2동 어린이공원에서는 ‘주민과 함께하는 힐링, 리사이클링을 UP하다’라는 주제로 버려진 자원을 디자인·가공해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체험 행사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다시 쓰면서(reuse), 쓰레기를 줄이고(reduce), 배출된 쓰레기는 자원으로 재활용(recycle)’하는 환경의 가치를 심어줬다.

주민 화합과 소통에 앞장선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는 2018년 제5회 대한민국 주민자치대회에서 주민자치위원회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8년 제주시 주민자치박람회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제주시가 2017~2019년 26개 주민자치센터 운영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상을 차지했다.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버려진 드라이아이스(젤)로 방향제를 만들었다.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버려진 드라이아이스(젤)로 방향제를 만들었다.
지난 10월 23일 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재활용 체험행사에서 주민들이 빈 페트병으로 다육식물 화분을 만들었다.
지난 10월 23일 어린이공원에서 열린 재활용 체험행사에서 주민들이 빈 페트병으로 다육식물 화분을 만들었다.

 

<인터뷰> 한경이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

지역의제 주민이 발굴…12년간 동소식지 발간

“주민들이 직접 지역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1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한경이 일도2동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주민들의 조별 토론과 설문조사를 거쳐 100인 원탁회의를 개최해 지역의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원탁회의 결과, 최종 의제로 전통놀이 체험장과 즐거운 놀이터 운영, 주민들이 운영하는 아동 돌봄교실, 도서관이 있는 주민자치센터 신축, 청소년 문화공간 설치 등 마을 발전과 주민 화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부위원장은 “주민과 함께하는 역량 강화 워크숍과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지역리더 양성을 위한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신도시와 원도심이 공존하는 지역에서 역사와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공동체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들의 작은 의견도 소중히 반영하기 위해 유익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은 동소식지를 2008년 10월부터 격월제로 발간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동소식지 ‘함께해요 일도2동의 꿈’ 85호를 발간했고, 86호 제작을 준비 중이다.

한 부위원장은 “주민 소통으로 원도심을 정비해 살기 좋은 공동체를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도시재생뉴딜 사업은 도시 재개발보다 문화·여가·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골목 활성화와 젊은세대와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 조성 등 도시환경을 새롭게 바꾸고 회복하는 리뉴얼(Renewal)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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