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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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세상에는 길이 참 많다. 형태적으로는 큰 길, 좁은 길, 곧은 길, 굽은 길 등이 있겠고, 쓰임새에 따라서는 사람이 사용하는 길, 차량이 쓰는 길, 걷는 길, 달리는 길, 쉬어가는 길, 즐기는 길 등이 있기도 하다.

물리적 관점에서도 공간적 차원에서는 먼 길, 가까운 길이 있을 수 있고, 시간적 측면에서는, 빠른 길, 막히는 길이 있기도 하다. 접근성의 관점에서는 돌아가는 길, 지름길로 나뉠 수도 있다. 길은 분류와 내용,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다가오는 존재이다.

우리는 다양한 길들을 접하면서 길 찾기에 당면하곤 한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발달하여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최단거리 검색, 최소시간 검색이라든지, 유료 또는 무료통행 길을 찾을 수도 있고, 목적지와 경유지를 설정하고 최적의 길을 추천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운전을 할 때면,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켜는 것이 낮설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인생살이에서도 길을 비유하여 표현하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바른 길을 가야한다.’ ‘나쁜 길에 빠져들었다. ‘모든 것은 큰 길로 통한다.’ ‘거기에(?) 길이 있다’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길을 잃다.’ 등 길이 등장하는 다양한 표현을 듣고 말한다. 심지어 독서실 이름에도 ‘길독서실’이라는 곳이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길은 우리에게 선택을 묻는다. 길 자체에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선택에 중요함을 부여하게 된다. 시간을 줄이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만족감을 높이거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좋은 길을 늘 찾게 된다. 운전에서도 그렇지만, 인생역정에서 좋은 길에 대한 선택은 두말할 나위 없이 더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길에 대한 선택에서 우리는 흔히 목적을 잊는 선택을 할 경우가 있다. 한라산을 오르거나, 올레길을 걸으면서 지름길을 찾는다든지, 지름길에 들어서도 또 다른 지름길을 찾는다든지. 왜 그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극적 물음에 어긋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지름길이 빠른 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빠르다고 선택했으니 그런 생각은 당연할 것이고, 실제 빠른 경우가 많다. 허나 그렇지 않은 지름길도 접하곤 한다. 시간적으로 빠르지만 사용에 불편함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더 황당스럽게 하는 것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접했을 경우, 우회할 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상황을 수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지름길은 접근성에서나 사용에 있어 복잡함(?)을 수반한다. 길이 꼬불꼬불한 경우는 허다하다. 거리적으로 짧은 길이지만, 시간적으로 짧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반대로 시간적으로 짧더라도 공간적으로 긴 길인 경우도 허다하다. 지름길에 대한 선택에서 수반되는 기회비용을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지름길을 애써 외면할 일도 아니지만, 지름길을 찾느라 정작 목적한 바를 잊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찾는 지름길은 짧은 길도, 빠른 길도 아니라 지혜로운 길이였음을 되뇌이게 된다.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어쩌다 찾은 길이 지름길이면 그저 횡재한 것처럼 기뻐하면 될 일이고, 지름길이 아니어도 슬퍼하거나 실망할 일은 아니다. 어느 노가수의 노래처럼 인생은 나그네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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