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길고 오래된 기억이 꽃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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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오라동 메밀밭(下)
마스크 너머로 맞이하는 가을, 탁 트인 자연 작은 위안 줘
일상적인 것들이 더이상 일상이 아닐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삶을 돌아보다

 

오라동 메밀밭은 지대가 높은 데다 탁 트여 있어 제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야경을 보기에도 그만인 장소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지쳤고 우울은 깊어졌습니다. 이럴 때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됩니다.
오라동 메밀밭은 지대가 높은 데다 탁 트여 있어 제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야경을 보기에도 그만인 장소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지쳤고 우울은 깊어졌습니다. 이럴 때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됩니다.

오라동 메밀밭 두 번째 이야깁니다. 이곳은 지대가 높은 데다 탁 트여 있어 제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야경을 보기에도 그만인 장소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지쳤고 우울은 깊어졌습니다. 이럴 때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됩니다. 비록 마스크를 낀 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요.

어느새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을 우리 곁에 함께 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시절 아닌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고 몸부림칩니다.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고 마냥 꽃구경을 갈 수도 없고,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고 잔뜩 멋을 내고 단풍놀이를 갈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디선가 아프고 울고 곪아터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우리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무 이유 없이 우리에게 오는 불행은 없을지 모릅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조금씩 균열이 일고 틈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인간은 반성적 성찰을 통해 성장하는 생명체입니다. 이제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메밀꽃밭에 와서 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바람과 날씨를 견뎌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마음을 시인은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거죠. 아름다운 것이 얼마나 슬프고 허무한 순간인지 경험하게 된다면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거나 가족을 잃었을 때 그런 마음은 더 깊어집니다. 그때의 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스치는 모든 기억이고 그때의 사진첩이니까요.

김정희 시인이 양전형 시인의 꽃도 웁니다를 낭송합니다. 메밀꽃이 또 다르게 보이는 순간입니다. 그러다가 꽃송이가 허무해서 웁니다라는 문장에서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가을은 온통 아름답고 슬픈 문장들이 붉어지는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김정희 시인이 양전형 시인의 ‘꽃도 웁니다’를 낭송합니다. 메밀꽃이 또 다르게 보이는 순간입니다.
김정희 시인이 양전형 시인의 ‘꽃도 웁니다’를 낭송합니다. 메밀꽃이 또 다르게 보이는 순간입니다.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지요

우리들은 모두 꽃숲에 삽니다

꽃처럼 울며 살아라는 말은 없어도

꽃처럼 웃으며 살라고들 하지요

 

밤낮 없이

아무데서 만나도 웃고

싹둑 잘라 꽃병에 꽂아놔도 웃고

몸 팔려

이 사람 저 사람에 옮겨져도 웃고

발길에 밟히거나

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며 웃고

차가운 땅바닥에 꽃말림 소재가 되어도

꽃은 마냥 웃지요

 

꽃도 웁니다

휘황한 불빛 아래

사람꽃들 소란스러운 벚꽃축제장 꽃숲

한 무리의 바람이 찾아듭니다

 

무슨 사연 전했는지

꽃눈물들 한 잎씩 우수수 떨어집니다

눈물보다 더 아프게 날립니다

세상이 서럽도록

하얗게 웁니다

 

꽃은 방실방실 웃는 것만이 아닙니다

꽃샘이 차운 밤

꽃숲에 앉은 나도

꽃송이가 허무해서 웁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품고 꺼이꺼이 웁니다

-양전형, ‘꽃도 웁니다전문

 

시낭송이 끝나고 시와 어울리는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관홍 오보에 연주가의 ‘날 울게 하소서’가 메밀꽃밭에 울려 퍼집니다.
시낭송이 끝나고 시와 어울리는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이관홍 오보에 연주가의 ‘날 울게 하소서’가 메밀꽃밭에 울려 퍼집니다.

어쩌면 이 시에 딱 맞는 음악을 골랐을까요? 마침 연주가 이관홍님의 오보에 연주 날 울게 하소서가 메밀꽃밭에 울려 퍼집니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울지 말라는 말보다 그냥 울라고 하는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울고 싶어도 울 곳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냥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계절이 가을이기도 하니까요.

시를 쓴 양전형 시인(제주어보전회 자문위원)도 이번 바람난장 공연에 함께했습니다. 양 시인의 시처럼 가을은 온통 아름답고 슬픈 문장들이 붉어지는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시를 쓴 양전형 시인(제주어보전회 자문위원)도 이번 바람난장 공연에 함께했습니다. 양 시인의 시처럼 가을은 온통 아름답고 슬픈 문장들이 붉어지는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나요. 드라마 도깨비ost 이쁘다니까의 플루트 연주가 메밀꽃 사이 사이로 흐뭇하게 스며듭니다. 아주 길고 오래된 기억이 어쩌면 꽃이 되는 순간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사람이 아름다운 거라고. 그러니 우리는 서로에게 길고 오래가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계절을 살기로 해요.

 

다음 바람난장은 1114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위치한 용수포구에서 진행됩니다.

사회 정민자

음악 오능희(성악)

이관홍(오보에/플루트)

김영헌(노래 /기타)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그림 유창훈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김송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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