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해루질’ 충돌 구경만 해선 안 된다
행정은 ‘해루질’ 충돌 구경만 해선 안 된다
  • 고동수 기자
  • 승인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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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은 주로 물 빠진 해안가에서 밤에 불을 밝혀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유튜브 방송까지 성행할 정도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취미나 레저, 여행 추억 만들기 활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덤으로 밤바다의 정취와 묘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열기는 더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즐거운 일이 어민들에겐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해안가로 해경이 출동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어민들은 해루질하는 사람들을 종패를 뿌려놓은 바다 양식장을 침범한 것으로 보고 신고했다. 주민들이 오인한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해루질에 대한 어민들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물론 해루질하는 이들이나 어민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일리는 있다. 해루질하는 이들은 바다가 마을어촌계의 소유도 아닌데 마치 주인처럼 행동하며 감시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취미 활동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로선 해루질이라는 명목하에 양식장까지 들어와 애써 키운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이 있다며 원성이다. 더욱이 고령 해녀들이 즐겨 찾는 곳에서 해산물을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서로의 민원이 팽팽한 만큼 행정이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두고만 보다가는 큰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게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해루질할 수 있는 곳과 할 수 없는 곳을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도민이나 관광객은 취미나 레저로 해루질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어민들로선 해루질의 무대가 곧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다. 비록 마을어장에 대한 소유권은 없다 하더라도 나잠어업(裸潛漁業)을 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아놓고 있다. 제대로 구분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때그때 단순 중재에 나서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 관련 민원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양쪽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바다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행정이 긍정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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