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눈 맞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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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어느 날 우연찮은 기회가 닿아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장소는 돌문화공원. 맑디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자연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날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전문가는 우리 일행을 금세 자연의 일부로 호흡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했다. 돌문화공원 이곳저곳으로 우리를 이끌며 하늘호수를 한 바퀴 돌게 한 후에 그가 우리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세 가지가 있는데 무엇인지 아세요?”선뜻 답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가 알려준 정답이 흥미로워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그 첫 번째는 ‘입맞춤’이다. 입맞춤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금박 무늬 장식과 금빛 물감으로 격렬하게 껴안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표현된 이 작품은 두 눈을 감은 여인이 왼손으로는 남자의 오른손을, 오른손으로는 남자의 목덜미를 감싸고 있다. 그래서 남자의 달콤한 입맞춤을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여인이 입술을 다물고 있는 탓에 입맞춤을 거부하고 있다는 해석 또한 있다. 두 사람이 딛고 있는 곳은 꽃밭이기는 하나 무릎을 꿇고 있는 여인의 발끝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어 이에 대한 해석 또한 분분하다. 그림에 대한 해석은 보는 이들 각자의 몫이겠지만 ‘입맞춤’은 사랑의 징표로서 두말할 나위 없기에 우리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한 ‘입맞춤’은 실로 가장 달디달면서 아름다운 춤으로 손꼽는 데 손색이 없으리라.

두 번째는 ‘눈 맞춤’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라는 행위예술가는 뉴욕의 한 전시관에서 그녀 앞에 놓인 빈 의자에 앉는 낯선 사람과 1분간 말없이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퍼포먼스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듯, 뭔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듯 그녀 앞에 앉아 눈을 맞추고선 자리를 뜬다. 그녀는 그런 내내 행동과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등장하자 한동안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며 표정이 변하고 결국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린다. 그는 20여 년 전 헤어진 연인이자 동료였다. 마주 앉은 둘이 눈빛으로만 나누는 대화는 주위에 있던 이들에게 마저 감동을 선사한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눈 맞춤은 백 마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에는 눈 맞춤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제작되어 그 효과를 증명해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마스크가 일상 필수품이 되어 눈 맞춤이 잦아진 요즘 우리는 늘 눈 맞춤이라는 진실해서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치고 있잖은가.

마지막 세 번째는 ‘멈춤’이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정작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절실해서 가장 아름다운 춤이다. 초스피드 경쟁사회에서 멈춤은 패배와 실패, 낙오와 동의어가 되어 있다. 그래서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인류의 탐욕은 우리 시대를 21세기 원시시대로 만들어 가고 있고 급기야 코로나19라는 괴물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이 괴물에 맞서는 가장 지혜로운 수단으로서 멈춤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멈춤’에 소홀하지 않고 ‘눈 맞춤’으로 마음을 전하다 보면 언젠가 일상을 되찾은 기쁨과 ‘입맞춤’하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로 세상 사람들 모두가 춤바람 나면 어떨까. 그래서 12월의 거센 찬바람을 잠재워 놓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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