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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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소망과 다짐을 가지고 시작했던 2020, 이제 결실을 거둬들일 시간이다. 농사를 지었다면 일 년 동안 땀과 온 정성을 들인 농산물을 수확했거나 수확할 시간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똑 같이 마무리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다른 해보다 녹녹치 않았던 자연환경과 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많이 힘들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어느 해나 걸림돌은 산재해 있어서 때로는 걸려서 넘어지고 깨지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하며 살아왔던 세월일 것이다. 그래도 추수할 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생각했지만 수확보다는 지출할 비용이 더 많아지는 현실 앞에서 올해도 한 숨만 늘어나는 힘든 사람이 많다. 그래도 내년을 기약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지 0않을까 싶다.

병원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보았던 많은 사람들, 고통 속에서도 고칠 방법이 있다는 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기 때문이니까. 그러나 우리 에게 주어지는 매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마지막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어제와 오늘이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기에 하루하루가 아주 특별한 선물임을 다시금 가슴에 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도 무한이 아니기에 소중한 새날 무엇을 하며 사용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동안 하늘을 제대로 쳐다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달려 온 삶에서 비로소 무엇이 소중한지 마음의 저울추에 달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끌어안고 애지중지 했던 많은 것들이, 우리 삶이 하루뿐이라 해도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묻고 또 물으며 하나씩 내려놓으니 비로소 하늘도 찬찬히 쳐다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나씩 비워내면 낼수록 삶의 속도가 줄어들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더 늦기 전에 소중한 것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머니랑 손잡고 운동 삼아 동네 한 바퀴를 처음으로 걸어보았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를 보면서 저 나무에서 (·)받은 물은 물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게도 되고 또 저 나무 열매는 우리 어렸을 때 많이도 따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 열매도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도 되었지만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한 페이지를 보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함께 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다음에는 또 어떤 페이지를 볼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소망을 품게 됨이 올해 나에게 최고의 수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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