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방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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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하르방폰이 있을 리 없지만 이하 여기에서는 구형 휴대폰을 하르방폰이라고 하기로 한다. 하르방폰도 없는 사람을 원시인이라고 해야 하나. 하르방폰의 전신인 ‘삐삐’를 아시는가. 삐삐의 신호가 오면 전화기를 찾기 위해 헤매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삐삐도 두 개씩이나 갖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삐삐의 시절은 얼른 가고, 그 다음에 휴대폰 시절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

휴대폰은 잃어버리기도 하고 세수하다가 물통에 빠뜨리기도 해서 수명대로 다 쓰는 경우가 드물다. 이유 불문하고 요즘 휴대폰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가. 그래도 남 앞에서 쓸데없이 스마트 폰을 꺼내서 조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스마트 폰 소지자임을 자랑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휴대폰은 회사마다 사용법이 달라서 모를 때는 갑갑하다. 전구나 형광등의 규격이 같듯이 스마트 폰도 그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휴대폰을 목에 걸고 잘난 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필요한 것으로 격상됐다. 이제 잘난 채 휴대폰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목이 무거워서 스마트 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진 않는다. 스마트 폰이 조금 불편한 것이 호주머니 신세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간밤에 자고 났더니 휴대폰의 액정이 하얗게 돼 있었다. 휴대폰 대리점을 찾기 전에도 감으로 다 된 줄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새 제품을 한 개라도 더 팔아야 이득이 되는 대리점의 사정이야 알 만하다. 하르방폰과 스마트 폰의 가격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단한 차이가 없을 것만 같다.

퇴근하는 아내에게 부탁해서 새 폰을 사다달라고 했더니 값싼 하르방폰을 사왔다. 어쨌든 요즘은 모두 스마트 폰 일색이 아닌가. 하르방폰이 안 될 것은 없는데 사용설명서가 없었다. 쪽지 한 장에 신문 활자보다 작은 설명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통하지 않으니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아들, 딸에게 배워서 이제 조금 하르방폰도 다룰 줄 안다.

나만이 아니고 하르방폰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답답한 과정을 거친다. 걸고, 받고, 문자메시지를 할 줄 알면 대충 불편한 것은 끝난다. 아들은 휴대폰마다 사용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다 익혀서 쉽게 쓰려면 1년이 걸린다고 했다.

나도 내년이면 70세인 완전 하르방이니, 하르방답게 무슨 일이든 수긍할 노릇이다. 하르방이 젊은 사람답게 하려는 것은 꼴불견이 아닌가. 스마트 폰은 크기가 커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만 불편할 뿐이지, 여러 가지 성능이 다 있어서 좋은 줄 안다. 이젠 하르방폰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좋게 개선되고 있는 줄 안다.

가끔 한 시간 동안 버스를 이용하여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갈 때가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 폰을 꺼내서 별것을 다 하는 것을 하르방은 부럽게 쳐다본다. 안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 쪽으로 눈길이 자주 간다.

한손으로 또는 양손으로 폰의 키를 두드리는 것을 부러워했는데, 이번은 아내가 또 하르방폰을 사왔기 때문에 부러움은 물 건너갔다. 그리고 스마트 폰을 가진 하르방이 남 앞에서 별 볼 일도 없으면서 자랑삼아 손에 드는 것은 참으로 꼴불견이 아닌가. 이제 누구나 스마트 폰을 가지는 시대인데 그걸 자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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