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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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한 해의 끝이 보인다.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벽에 걸려 있다. 남은 일수는 겨우 20일. 바야흐로 송년회(送年會) 계절이다.

송년회는 가족이나 친구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한 해를 보내며 갖는 모임이다. 과거엔 망년회(忘年會)라는 용어가 자주 쓰였지만 언제부턴가 송년 모임이라는 표현이 더 쓰인다. 이유가 있다. 망년회는 일본의 세시풍속에서 유래된 거라 바뀌었다고 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송년회 자체가 최소화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직접적 원인이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2020 송년회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송년회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 극성기를 맞아 송년회를 취소하는 대신 비대면 ‘랜선 방식’의 슬기로운 모임들이 태동했다. 자신의 공간에서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모니터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감염 걱정에서 해방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덩달아 온라인 송년회를 기획하는 전문업체들도 생겨난다니 코로나가 불러온 새 풍속도다.

반면 수도권 시민들이 ‘원정 송년회’를 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코로나 청정지대인 제주, 강원 등으로 원정을 가서 송년 모임을 갖는 거다. 이런 특수를 노리고 ‘코로나 힐링’ 등의 이름을 붙인 여행상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심지어 제주 등 남부지방에서 송년회를 겸한 골프 모임을 하는 것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제주의 골프장들은 12월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한다.

▲생각건대 원정(遠征)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다. 원정 출산 혹은 원정 도박 등 부정적인 일들로 많이 각인돼 있는 탓일 게다. 툭하면 병역 기피나 유명인 일탈로 알려지고 있지 않은가. 방역 전문가들은 원정 모임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바이러스 원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밀접 접촉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히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거리두기의 취지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이지 말라는 게 본질이다. 연일 3만명 안팎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가 자칫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올 연말을 차분하게 떠나보낼 일이다. 그래서 코로나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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