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딩동’ 남편의 핸드폰과 나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린다. “또 나왔데?” “아뇨, 중대본에서 마스크 잘 쓰라고 안내 문자예요” 문자 알림음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라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또 문자가 왔다. 교회에서 온 문자다. 예배를 비대면으로 드린다고 온라인 예배에 참석하라는 공지다. “교회에서 오지 말래요!”“큰일이네!” 우리 부부에게 국한된 대화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가정에서 나누는 일상의 대화이리라.

금요일 오전, 몸에 열감이 있어 체온을 쟀더니 37.2로 나왔다. 출근길 발열검사에서는 36.4였는데, 왠지 몸살 기운도 있는 것 같고,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요즘이라 조퇴를 했다. 병원에 갔더니 가벼운 몸살 기운이라 해서 집으로 향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현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 물론 몸의 컨디션은 금요일 저녁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에 몸살이 났다. 교회에서는 연이어 비대면 예배를 드린다고 알림이 오고, 제주도와 중대본에서도 번갈아 문자가 온다.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토요일 밀린 집안일을 다하고, 일요일 뭘 할까 뒤적이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빳빳한 종이가 없어 구시렁거리다가 올해 다이어리의 앞장과 뒷장을 뜯어냈다. 오! 순백의 종이! 앙상한 가지를 꼽은 눈사람을 그려놓고 하얀 눈송이도 그려 넣었다. 마음으로는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을 그리고 싶었지만, 나의 실력은 눈사람이 한계다. 속지에는 맨 먼저 ‘메리 크리스마스’를 큼지막하게 적어놓았다. 그리고 감사의 글과 메시지를 적어 내려갔다. 몇 장을 더 만들었다. 보내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나에게 사랑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음에 감사하며 행복의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갔다.

10여 년은 족히 지난 듯하다. 그 시절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보냈다. 종교와 관계없이 보고 싶은 이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고마운 이에게 사랑의 말과 축복의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보냈다. 어린아이들은 스케치북에서 뜯어낸 도톰한 종이를 네모로 자르고 그것을 반으로 접어 카드의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위에 12색의 사인펜과 24색의 크레파스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리고 하얀 종이 위에 하얀 눈도 그렸다. 유치한 행동을 멈출 나이가 되면 서점에서 카드를 고르기 시작한다. 받을 지인들을 떠올리며 일일이 고르는 그 순간의 설렘은 아직도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사회적거리두기에 참여해야 할 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공포를 방치하지는 말자. 오늘은 자녀들과 함께, 혹은 혼자이면 어떤가! 사랑하는 이에게 전할 카드를 만들자. 부끄러울 만큼 울긋불긋하게 채색하고 감사의 인사를 남기자. 그 옆에 하트를 그려 넣어도 좋으리라. 완성됐다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전송 버튼 누르기를! 연말연시 추운 날씨에 수고하는 우체부에게 부탁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카톡으로 보내자. 이모티콘에 묶어 보낸 ‘사랑합니다’와는 비교 안 될 행복일 것이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