納新花履詣前挨 납신화리예전애 새 꽃신 신고 앞으로 가라며 밀치지만
引退逡巡喜壽懷 인퇴준순희수회 뒷걸음질로 희수를 회고하네/
雅士紳人誇出示 아사신인과출시 점잖은 신사가 자랑삼아 신발을 내보이며
行而拒轍步徒佳 행이거철보도가 걷는 게 아름답다고 차를 막아서네/
無知遺興何間處 무지유흥하간처 흥이 남겨질지는 모르나 어디로 갈까
以樂忘形姹華鞵 이악망형차화혜 체면 잊고 즐겁게 화려한 신발 자랑했지/
歲月無爲悠謂貴 세월무위유위귀 세월은 하염없이 오래고 귀하다지만
多情弟妹慰勞差 다정제매위로차 누이의 잔정에 위로가 남다르네/
■주요 어휘
▲護謨靴(호모화)=고무신 ▲納新花履(납신화리)=꽃신을 새로 신다 ▲詣=이를 예.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다다르다. 나아가다 ▲挨=칠 애. 밀치다. 등치다 ▲引退(인퇴)=물러남. 물러나옴 ▲逡巡(준순)=뒷걸음질 ▲喜壽(희수)=77세 ▲忘形(망형)=체면을 잊다 ▲雅士紳人(아사신인)=선비와 벼슬아치. 점잖은 신사 ▲行而拒轍(행이거철)=차를 막아서다 ▲姹(차타)=자랑하다. 과시하다 ▲差=어긋날 차. 남다르다
■해설
작은누이는 망칠(望七)의 할머니이지만 나에겐 여전히 '수다스러운 누이들'이다. 오라버니 생일이라고 꽃신을 사왔다. 12문(文)짜리 새 ‘검엉’고무신의 신 둘레에 파르라니 물망초 꽃을 곱게 그려 꽃신으로 재생한 것이었다. 신발은 앞으로 걸어가라는 물건이라지만 꽃신은 뒷걸음질로 옛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원래 꽃신은 어린아이나 여자들이 신었다. 그런데 ‘작산하르방’이 팔자에 없는 꽃신을 신게 되었으니 마당이나 길에 신고 다니기가 남사스러웠다. 사실은 그냥 닳도록 신기가 아까웠다. 명절 때나 새 걸로 신어보던 신발, 너나없이 검정 고무신이었지만 아마 그때 같으면 꽃신이 아니어도 신어보고 또 신어보고,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었다.
<해설 귀지헌 김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