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으로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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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애월읍 문화공간 항파두리
2020년 마지막 바람난장 공연
유난히 힘들었던 올해, 다가올 ‘봄’ 그리며 마무리
2020년을 마감하는 ‘바람난장’의 무대는 애월읍에 위치한 ‘문화공간 항파두리’에서 열렸다. 이 곳에서는 한 해 동안 바람난장이 다녔던 곳곳의 풍경들이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되기도 했다.(문화공간 항파두리와 오리온 별자리, 홍진숙作)
2020년을 마감하는 ‘바람난장’의 무대는 애월읍에 위치한 ‘문화공간 항파두리’에서 열렸다. 이 곳에서는 한 해 동안 바람난장이 다녔던 곳곳의 풍경들이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되기도 했다.(문화공간 항파두리와 오리온 별자리, 홍진숙作)

우리는 2020년이라는 시공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현재는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순간이다. 시간은 현재를 향해 오고 있으며 공간은 시간의 힘을 얻어 미래를 향해 작용을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주역의 얘기다.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만물은 궁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窮則變, 變則通)”는 섭리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에게 예기치 못하게 닥친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온몸으로 그 변화를 체험하고 느낄 줄은 몰랐다. 이제 우리는 그 변화에 익숙해지고 일상에 적용해야 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무대와 관객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예술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문화공간 항파두리 전경.
영원히 변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온몸으로 그 변화를 체험하고 느낄 줄은 몰랐다. 이제 우리는 그 변화에 익숙해지고 일상에 적용해야 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문화공간 항파두리 전경.

대부분의 예술이 무대와 관객이 함께 막힌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바람난장은 햇살과 바람이 드나드는 야외에서 펼치는 예술 공연이다. 심각단계에서는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야외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하고 거리를 두고 최대한 코로나 수칙을 지키면서 진행하였다. 예술의 총체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난장은 올해도 오름으로 유적지로 산으로 들로 바다와 포구로 목장으로 귤밭으로 메밀밭으로 동산으로 염전으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예술의 향기를 퍼뜨렸다. 마치 자연이 우리를 불러들인 것처럼. 이렇게 끊어지지 않고 공연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제주의 자연이라는 아름다움과 예술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그 흥이 오래 남아 삶에 열정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지금. 안간힘을 쓰며 조금씩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도 천천히 애를 쓰며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바람난장도 올해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지금. 안간힘을 쓰며 조금씩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도 천천히 애를 쓰며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바람난장도 올해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2020년을 마감하는 바람난장의 무대는 애월읍에 위치한 문화공간 항파두리에서 열렸다. 한 해 동안 바람난장이 다녔던 곳곳의 풍경들이 그림과 사진으로 전시되고 있는 공간이다. 연극인이면서 한 해 동안 바람난장을 이끈 정민자 회장님의 사회로 공연이 시작된다. 늘 쾌활한 목소리로 어려운 상황도 유머와 재치로 이끈다. 리더의 역할은 무릇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2020년 첫 무대의 주인공은 성악가 윤경희 님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첫 곡은 매일 스치는 사람이다. 잔잔하면서도 감성적인 음성이 스며들어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돌아보게 한다.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혹은 지겹게 느꼈던 시간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 시간이었는지를 공감한다. 그리고 그런 일상에 감사’(곡명)하게 된다. 일상을 바꿔버린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매일의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어느새 무대는 오페라의 기운으로 긴장감이 돈다. 서란영 님의 팬플루트 연주 오페라의 유령이다. 연극과 영화로도 유명한 이 곡은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 힘을 가졌다. 팬파이프라고도 불리는 팬플루트 연주는 색다른 감성을 자극하면서 관객을 압도했다.

무대는 다시 가수 김영헌 님의 기타연주와 함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가 흐른다. 깊은 심연의 촉각까지 깨우는 힘,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도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바로 노래가 가진 기적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이어진 곡 아름다운 사람으로 하나가 된 무대. 우리는 고통도 슬픔도 연대의 힘으로 화합하고 일어서고 나아갈 것이다.

올 한해 바람난장의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무대는 아마도 소금 연주가 전병규 님과 반주 현희순 님이 아닐까.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천상의 연주다. 오늘은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따끈한 자작곡 돌담길이 세상에 나온 날이다. 여기가 어딜까? 우리는 어느새 아늑하고 고즈넉한 제주의 올레길을 걷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길을 걸으며 바람소리 새소리에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렇게 길을 걷고 있노라니 두 번째 곡 봄아지랑이가 어릉어릉 피어오른다. 겨울은 봄으로 가는 길목이다. 봄은 여전히 우리 곁으로 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프라노 오능희님이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듣고 있으면 가슴에서 뭉클 쏟아지는 어떤 감격을 맛보게 된다.
소프라노 오능희님이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듣고 있으면 가슴에서 뭉클 쏟아지는 어떤 감격을 맛보게 된다.

우리가 평소 잘 느끼지 못하는 영혼이라는 물질은 목소리에서 울려 퍼지는 깊은 떨림에서 느껴진다. 소프라노 오능희 님이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을 듣고 있으면 가슴에서 뭉클 쏟아지는 어떤 감격을 맛보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삶의 엑기스 같은 시간들이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을 느낀다. 이어지는 곡은 사운드 뮤직 중 ‘Climb ev'ry mountain’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몰입과 흡입력을 가진 목소리. 시공간도 잊고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공연으로 연극인 강상훈님이 배삼식 작가의 희곡 ‘먼 데서 오는 여자’ 낭독 무대가 펼쳐졌다. 모노극으로 무대에 푹 빠져버린 관객들.
오늘은 특별공연으로 연극인 강상훈님이 배삼식 작가의 희곡 ‘먼 데서 오는 여자’ 낭독 무대가 펼쳐졌다. 모노극으로 무대에 푹 빠져버린 관객들.

오늘은 특별공연으로 연극인 강상훈님이 배삼식 작가의 희곡 먼 데서 오는 여자낭독 무대가 펼쳐졌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을 잃는 아픔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다. 어쩌면 삶은 기억과 망각과 죽음으로 지구의 한 축을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절한 슬픔이 깊게 배어나오는 모노극으로 무대에 푹 빠져버린 관객들. 어디 먼 데서 들려오는 아픔에 조용히 귀 기울이며 애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피날레는 김정희와 시놀팀에서 ‘사계 꽃들이 일어나 걷다’라는 주제로 시극을 펼쳤다. 제주의 자연물을 삶으로 형상화해 낸 시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마지막 피날레는 김정희와 시놀팀에서 ‘사계 꽃들이 일어나 걷다’라는 주제로 시극을 펼쳤다. 제주의 자연물을 삶으로 형상화해 낸 시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마지막 피날레는 김정희와 시놀이 팀에서 사계 꽃들이 일어나 걷다라는 주제로 시극을 펼쳤다. ‘마삭줄꽃 불러들여(오승철, )’, ‘문주란(김순이, )’, ‘꽃도 웁니다(양전형, )’, ‘베릿내의 숨비기꽃(정군칠, )’를 엮었다. 제주의 자연물을 삶으로 형상화해 낸 시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글자 하나하나에 어떤 목소리와 뜻이 숨어 있는지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낭독이 주는 발견은 그런 것이 아닐까.

라디오에서 겨우겨우 떠올린 것이 겨울이라는 문장이 흘러나온다. 온통 상실로 가득한 날들, 모두에서 그런 날, 그런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겨울 한가운데 있어도 봄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절한 마음이 닿아 꽃이 피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 지금. 안간힘을 쓰며 조금씩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도 천천히 애를 쓰며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사회 정민자

음악 윤경희(성악)

서란영(팬플루트)

오능희(성악)

전병규현희순(소금연주)

김영헌(노래 /기타)

연극 강상훈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그림 홍진숙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김송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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