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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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번진다. 대재앙이다. 이 엄혹한 시국에 국회의원이란 분이 사이트에 와인 파티 사진을 올려 논란이 거세다. 반발 여론이 일파만파다. 가급적 정치 쪽엔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자신을 규율해 왔다. 그쪽에 초연하려 한 소신이 있었다. 연전, 본란 타이틀을 고민하면서, ‘안경 너머 세상’이라 한 데는 그런 입장이나 관점에서 시종 긍정과 수용의 미덕을 저버리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도저히 간과할 수 없었다. 분노했다.

윤미향 의원, 그분은 “길원옥 할머니 가슴 새기며 식사”라고 전혀 부끄러움 없이 SNS에 사진을 공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94세 생신 축하 자리”라 했다. 참석자 5명이 모두 노 마스크였는데, 와인 잔을 들어 건배하고 있었다. 이 사태에 무엇이 그리 좋은지 희색만면이었다. 상식 이하의 무슨 해괴한 굿판인가.

그분이 이 나라 국회의원이 맞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 살얼음 딛고 서서, 중앙재난본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을 발표한 바로 그날이었다. 국회의원이란 분이 차마 그런 영상을 올릴 수 있나. 그는 일상을 내려놓고 허덕이는 국민 가슴에 천불을 놓았다.

“길(원옥) 할머니 생신에 빈자리 가슴에 새기며 우리끼리 만나 축하하고, 건강 기원, 꿈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 사진 설명이 기막힌 명문(?)이었다.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페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12월 7일은 길 할머니의 94번째 생일이었다.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나눈 것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됐다.” 늘 듣는 상투적 해명이다. 국회의원이란 분이 ‘사려’ 운운한 건 치기인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으로 위안부 할머니 문제 해결의 전면에 섰던 그다. 사무치게 그리웠다면서 길 할머니를 옆에 모시지도 않고 생일잔치를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왜 의당 있어야 할 사람은 없고 웬 지인들인가. 물정에 어두운 몽매한 서생이 그분에게 정중히 묻는다. “세상에 주인공 없는 생일파티도 있는가?” 살다 보니 희한한 말을 다 듣는다. 명색 국회의원으로 슬픈 역사의 희생자인 할머니 생신을 구실로 와인을 들다니, 소름 끼칠 일이 아닌가.

한편에선, 그의 생년월일이 1964년 10월 23일, 음력이라면 양력으로 변환해 12월 7일이니 할머니 생신이라 한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냐 한다. 비난을 비켜 가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언젠가 그가 치매 증상이 있는 위안부 피해자 성금을 횡령한 준사기 혐의의 중심에 섰을 때, 해명한다고 기자회견을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목덜미를 타고 냇물처럼 흐르던 그 땀은 무엇인가. 그냥 땀이 아니었다. 아마 그가 청렴하다고 믿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가 정의연 이사장 시절 기부금 횡령 혐의·준사기죄로 기소돼 재판 중이니, 법의 공평무사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행여 현직 국회의원이라 면책특권이 작용한다면 이 나라에 정의는 없다.

해태라는 선악을 간파하는 상상의 동물이 있었단다. 곰도 범도 아닌 게 외뿔을 갖고 있어 이 뿔로 선악을 가려 악을 응징했다는 것이다. 또 고대 퉁구스족은 죄인을 호랑이 앞에 던져 잡아먹지 않으면 무죄라 했고, 나일강 상류에선 범죄 용의자를 추장이 기르는 악어 앞에 세워 달려들면 유죄로 쳤다 한다.

아득한 옛날얘기지만, 우리는 대충 넘어가는 게 대세라 해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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