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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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팬데믹’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전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여자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여성들만 사망하는 바이러스이자 치사율 100% 바이러스 ‘HNV-21’을 소재로 하고 있다. 감염되면 출혈을 시작으로 경련에 이어 사망까지 이르는 ‘HNV-21’ 바이러스는 어느 날 갑자기 내린 재로부터 시작된다. 이전의 바이러스들과 다른 점은 여성만 감염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바이러스의 위협에 맞선 주인공의 사투를 리얼하게 그려낸다.

‘팬데믹(pandemic)’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최고 단계인 ‘6등급’을 의미한다.

대량 살상 전염병이 생겨날 때 ‘팬데믹’이라고 표현하는데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초 중국발로 세계에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이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자가 늘고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어드는 등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도내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거리가 한산해지면서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농촌에서도 체험·관광 예약을 취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6차산업도 거의 실종됐다.

자고나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도내 농가들도 코로나19 직격탄에서 피하지 못하고 있다.

풍년을 맞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농민들은 편하게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풍년의 역설이다.

올해는 풍년으로 인해 제주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품목들이 늘어나고 있다.

감귤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19 악재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 제때에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도내 농·감협 산지유통센터에는 선별을 위해 반입된 감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출하 지연으로 향후 ‘홍수출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올해산 노지감귤 예상 생산량은 52만8000t 중 상품 출하, 자가격리, 군납, 수출 등으로 처리된 물량은 지난 16일 기준 22만866t(43%)에 그치고 있다. 올해보다 생산량이 적은 지난해에는 이 기간 45%의 처리율을 보였다.

당근 농가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하다. 올해산 당근 예상 생산량은 평년 대비 11.5% 증가했지만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평년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형거래처 소비가 줄고 외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부터 시장에 나오고 있는 월동무 예상 생산량도 전년 대비 7.5%, 평년 대비 9.1% 늘었다.

제주가 주산지인 월동무는 생육기 강수량 부족으로 예년보다 성장 속도가 늦어지면서 내년 홍수 출하가 우려되고 있다.

올해 양배추 생산량도 전년 대비 25.4%, 평년 대비 18.5%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소비 부진으로 떨어지는 가격은 좀처럼 반등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경제 활동을 삼켜버리고 있다.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그동안 위기 신호에 안일하게 대응했던 우리사회에 경종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자영업자, 농민, 회사원 등 각자가 지금의 위치에서 코로나19와 싸워 이기기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행정당국도 경제 위기에 대한 분야별 맞춤형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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