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 만나자는 것 (1)
사후에 만나자는 것 (1)
  • 제주일보
  • 승인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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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아침과 저녁이 다르지만 같은 날 찾아오신 분들은 상견례 이전에 궁합을 보러 왔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두 사람이 학창 시절에 같은 반이었단다

천상배필이고 미룰 이유가 없다고 하니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됐다. 둘 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홀어머니 집안이라 주례 선생님을 구하기 어렵다고 해서 고민 끝에 인연을 넘어 필연, 서로가 찾고 있던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로 축하해 주었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당부를 남겼다

아들의 이름도 지어주고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시어머니 되시는 이가 급작스럽게 쓰러져 회복 불가 통보를 받고 장례 준비를 하고 있단다. 안타까운 심정에 병원에 도착하니 방금 전에 돌아가셨단다. 긴 한숨과 함께 위로를 주고받고 있는데 그의 영혼이 나타났다

쓸쓸한 미소로 천장에 닿을듯한 높이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죽었네요. 보고 들을 수는 있는데 만지는 것은 불가능하네요. 의식은 또렸하고요. 억울하고 두렵기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지금 생각나는 것은 오래전부터 교제 중인 남자가 있는데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에요. 수소문 끝에 찾아오겠지만 외롭고 가슴이 아프네요. 그리고 재산이라 할 것도 없지만 꾸준히 부은 보험도 있고 통장에 약간의 현금이 있어 빚을 남기지는 않을듯하네요. 영안실로 옮기는 것 같은데 땅을 밟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영화 속 장면 같아요.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동떨어진 그런 느낌이고요. 아이들의 울음이 조금은 귀찮아지고 혼자만의 자유를 갖고 싶어요. 사후 문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의견이 오고 가는데 장남이라 그런지 큰아이가 듬직하네요. 호화롭지 못해도 엄마의 마지막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자신에게 일임하라네요. 복도에서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내 영정사진이 걸리네요. 옆방에는 곱게 늙으신 할머니의 빈소가 꾸려졌는데 문상객들이 연신 들락거리네요. 조화가 이쪽에서 저쪽까지 무슨 자랑처럼 늘어져 있는데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네요. , 사랑하는 이가 왔어요. 복잡한 표정이지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네요. 일단 안심이에요. 그리고 다시 볼 수 있어 기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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