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방어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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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방어기제’는 심리학에 등장하는 정신분석 용어이다. 자신의 마음이 뭔가에 의해 불안하다고 느껴지면 이를 감추거나 위장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무의식적으로 심리를 왜곡하거나 그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나 양심과 연관된 도덕적 불안에 대응하는 습관적인 방어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처럼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정당화하는 ‘합리화’, 어떤 고통이나 욕구가 생기는 데도 이를 애써 거부하는 ‘부정’, 괴로운 경험이나 수치스러운 생각을 무의식 속으로 몰아넣거나 생각나지 않도록 억누르는 ‘억압’ 등이 대표적인 방어기제다.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에 대해선 남 탓으로 돌리는 ‘투사’,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을 흘긴다는 ‘전위’, 꿩 대신 닭이란 말처럼 원래의 목표를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대치’, 자신을 존경하는 대상과 같게 인식하려는 ‘동일시’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유죄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 복귀 결정과 관련 여권의 반응이 가관이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존중은 온데간데없고 ‘부정’이란 방어기제만 남발하고 있다.

“우리가 조국이다”며 ‘동일시’로 지지세를 결집시키려는 것일까. ‘법관 탄핵’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투사’도 방어용으로 간직했던 모양이다. 팩트엔 눈을 감고 엉뚱한 곳만 째려보면 꿩이나 닭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

어느 중진 의원은 “법원이 황당한 결정을 했다. 정치검찰 총수, 법관사찰 주범, 윤 총장이 복귀했다”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와 다름없다”고 했다. 종로에서 뺨 맞았다고, 한강까지 달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명약도 자주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방어기제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사용하면 마음 추스르기에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불안감을 감추려고 남 탓을 하고, 그럴듯한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 자신의 처지가 궁색해지고, 초라해진다. 정치권이 이를 남용하면 밑바닥 민심이 모를 턱이 있나. 아무리 견고한 콘크리트도 바닥이 동요하면 금이 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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