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 해 새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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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어찌 그리도 모질던지. 꿈과 희망보다는 한숨과 절망으로 보낸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저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안전의 위기에다 엄청난 경제적 고통, 정치·사회적 대혼돈을 경험한 시기였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항상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뜻이다. 이른바 ‘내로남불’의 한자어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모든 잘못과 허물을 남의 탓, 과거 탓으로만 돌리다 보니 서로를 상스럽게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했다.

코로나19로 방역·경제가 뭉그러졌다. 집값 폭등과 거리두기로 국민들이 먹고 사는 게 힘들었음에도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이기에만 빠졌다. 함께 협력해서 국운과 민생을 돌보려는 노력을 보인적이 있던가 싶다. 정치권의 불통과 대립은 국민 모두를 1년 내내 아프게 했다.

▲올해 신축년(辛丑年)은 하얀 소의 해다. 2021년을 역(易)으로 풀면 ‘하늘 위에서 천둥이 치니 힘차고 씩씩하다. 곧 비가 내려 홍수가 날 형상’이라고 한다. 소처럼 근면하며 추진력이 강한 새 인물들이 국가와 지역을 끌고 간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전통적으로도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참을성이 많고 정직하기까지 해 만사여의한 존재다. 그래서 올해 태어난 아기들은 행운을 상징하는 ‘보석송아지’라는 말도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도둑맞은 기분이 절로 든다. 올해 역시 어떤 충격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와 혼란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소의 힘찬 기운을 받아 개인 역량과 국가의 명운에도 큰 변화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글에서 본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을 걷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에 몸은 지쳤고, 더 이상 갈증을 참을 수 없던 아들은 모래 위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버지는 말했다. 우리 선조들 모두가 이 고통의 길을 걸어갔노라고.

한참을 걷다 보니 오아시스는커녕 공동묘지가 나왔다. 아들이 다시 절망하며 말했다. 모두가 지쳐 쓰러져 여기 묻히지 않았느냐고. 아버지는 공동묘지가 있다는 건 인근에 동네가 있다는 징표라며 아들을 달랬다.

이처럼 희망과 절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도 이랬으면 싶다. 무언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야 그 싹이 트는 것이다. 무릇 뿌린 것이 있어야 거둘 게 나온다는 것이 천고의 진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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