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 않은 감귤이 주렁주렁…수세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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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하락에 상인들 수확 미루며 밭떼기 거래 농가들 걱정
지난 2일  제주시지역 한 과수원에 수확하지 않은 감귤나무에 흰 눈이 쌓여있다.
지난 2일 제주시지역 한 과수원에 수확하지 않은 감귤나무에 흰 눈이 쌓여있다.

밭떼기 거래가 이뤄진 과수원에서 상인들이 수확을 미루면서 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빨리 수확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깎아달라거나 인부 채용에 따른 인건비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 입장에서는 상인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감귤을 수확하지 않을 경우 직접 인부를 구해 감귤을 따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감귤의 경우 통상 해를 넘겨 수확할 경우 수세에 영향을 끼쳐 이듬해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는다.

일부 상인들은 과수원에서 상품만 수확하고 상처과 등 비상품은 따지 않은 채 철수하면서 농가에서는 눈을 맞아 동해 피해를 입은 열매를 따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수확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서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김모씨(78)는 수확을 위한 인부 확보도 어어렵고 가격 전망도 밝지 않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과순원 1만㎡를 밭떼기로 상인에게 넘겼다.

지난 2일 오후 과수원을 찾은 김씨는 가지가 꺾어질 정도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김씨는 “수확이 늦어질수록 나무에 가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걱정”이라며 “감귤 가격으로 상인도 피해를 입었는데 빨리 수확하라고 매몰차게 요구하기 힘들다”

인근 과수원에서 만난 강모씨(50)도 “밭떼기 거래 계약 당시 잔금을 모두 받았기 때문에 계약금만 받은 다른 사람보다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수확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성범 중문농협 조합장은 “가격이 폭락했던 지난해에도 감귤 수확 문제로 곳곳에서 상인과 감귤농가 간 크고작은 갈등이 빚어지는 등 감귤 시세가 안좋을 때마다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계약 불이행으로 농가 피해가 없도록 수확 기간을 명확히 하는 등 계약서 작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일까지 도외지역에 상품으로 출하된 노지감귤은 15만54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1763t) 대비 4% 감소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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