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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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띵동~ 사용하는 신용카드 앱에서 알림이 뜬다. ‘당신은 상위 5% 언택트 소비 능력자!’ 그만 좀 쓰라는 건지 많이 써줘서 고맙다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내가 온라인으로 무엇을 그렇게 샀다고 언택트 대한민국 5%라는걸까 싶어 사용내역을 들여다보았다.

지난달 사용내역은 모두 45건인데, 외식 3건, 택시 3건 이외에는 놀랍게도 전부 온라인 결제였다. 지난 달 제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는 집에만 있었고,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가게에 직접 방문하는 게 꺼려져 결국 약간의 배송비를 부담하고 집에서 이것저것 온라인으로 구매를 하게 된 결과였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 중 예전에 비해 가장 급등한 품목은 온라인 식료품 구입비였다. 아무래도 그 동안은 외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집콕 기간 중 식사가 제일 불편했다. 배달음식을 몇 번 시켜보니 포장되어 온 음식들을 먹고 나면 남겨진 포장그릇들은 음식물이 묻어있어 재활용이 되지 않았고, 그 부분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또 집에서 먹는 거면 이왕이면 어느 정도는 직접 만들어 먹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식재료를 단 하루 만에 제주까지 배송해주는 업체를 찾아내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어 보았다.

밤 11시경 손가락 몇 번 클릭해 주문하니 다음 날 오후 제주 우리집 앞까지 배송이 왔다. 내가 시킨건 쌈야채 몇 종류, 냉동된 고기와 몇 가지 밀키트 정도였는데, 이 꼼꼼한 업체는 냉장용 스티로폼 박스와 냉동용 스티로폼 박스를 각각 따로 사용하며 큰 종이박스에 함께 담아 보내주었다.

내가 산 식재료의 양만 보면 동네가게에서 샀을 때 장바구니 하나를 다 채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반면 바로 쓰레기가 된 포장재는 내가 혼자 들고가 버리기에도 버거울 크기였다. 당황스러웠다. 쓰레기를 사니 식재료가 따라온건가? 배달음식 쓰레기 많이 나온다고 직접 만들어먹겠다고 배송시킨 식재료는 더 큰 포장 쓰레기더미를 몰고 왔다.

문득 2018년과 2019년 제주 봉개 쓰레기 매립장 인근 주민들의 단체행동이 생각났다. 봉개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기로 약정한 기한이 지날 때까지 행정에서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등의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결국 기존의 봉개 시설이 아니면 당장 쓰레기를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 뉴스를 보며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이 행정을 좀 더 이해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쓰레기차가 매립장에 들어가기까지 몇 시간이 걸린다는 기사에 지역 주민들을 이기적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처리 불가능할 정도로 넘치는 쓰레기를 만든 사람이 바로 나였다. 필요한 만큼 쓰고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양의 쓰레기가 아니라, 불필요한 그리고 과대한 쓰레기를 바로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편리하다는 이유, 새롭다는 이유 등 온갖 변명과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적인 건 매립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아닌 무책임하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스스로 조심히 지낼 수밖에 없듯,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포장재가 개발될 때까지는 스스로 쓰레기를 최대한 배출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겠다.

코로나19라는 괴물 때문에, 내가 환경에 해악을 끼치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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