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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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3개월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약을 받는 날이다. 종심을 넘기면서 고혈압과 당뇨 수치가 높아 약을 먹고 있다. 택시 기사와 살아가는 얘기를 하며 병원 도착할 때까지는 신상에 염려가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검사실을 오가는데 전화가 왔다. “형님, 괜찮습니까?” 뜬금없이 걸려온 마을 이장의 전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했더니 “어제 점심 같이한 친구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대상자 모두 보건소에서 검진 받으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천하 대촌의 향토지를 발간하는 데 일 년여 심혈을 쏟았다.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마을인데 그간 기록이 정리되지 않아 큰 마을의 면모를 새롭게 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필진의 한 사람으로 참여 했고 출간 기념하는 자리에 초청되어 참석했다.

마침 식탁 맞은편에서 식사한 사람이 확진자라는 데 나도 모르는 울분이 솟는다. 물론 확진자가 죄인은 아니다. 당사자도 뚜렷한 증상이 없었다고 한다. 일부러 행한 일도 아니고 행사 이틀 후 감기 증상으로 찾은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스스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전염병은 누가 막아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방어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되뇌는 계기가 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건소로 향했다. 의자에 앉았더니 제사에 고기나 꿸 듯한 산적꼬지 같은 것에 솜을 싸서 사정없이 콧속을 쑤시는데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콧속을 깜짝 놀라게 해서 ‘코로나’가 되었나 보다.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자가 격리 대상자로 2주간 바깥출입을 못 한다는 통보다. 한편으로는 안심하면서도 죄인 취급 받는 게 아닌가 생각하니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집을 포함해 독립된 공간에 일정 기간 격리하는 행위에 동감하면서도 울분이 솟는다.

아내는 식탁에서 나는 마루에서 식사하고 각자 그릇을 챙기고 컵까지 따로 쓴다. 쳐다보는 얼굴에도 마스크를 썼고 젖은 손 한 번 잡아줄 수도 없다. 민주투사라면 가택 연금이 되어도 밖에서 응원을 보내는데 이 무슨 꼴인가. 죄인이 되어 위리안치되어도 입 막고 살지는 않았는데.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마을에 있는 성당에서 확진자가 수십 명 발생했다는 뉴스가 매스컴을 탔다. 거의 외지인이고 실제 주민은 3명뿐이다. 마을 전체에 바이러스가 만연한 것 같은 풍선 뉴스 때문에 마을도 사람도 경계대상 취급받을까 봐 속상하다. 행정에서부터 너무 겁을 주지 말고 마스크와 거리 두기, 손소독이나 손 씻기를 잘하면 안전하다는 홍보를 하여 모두 힘찬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면서 생기 넘치는 삶이 되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나의 건강이 너의 건강이고 너의 건강이 나의 건강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고 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마스크 벗어 던지고 손자와 뽀뽀하고 친구와도 술 한잔하며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마음 놓고 음식 나누는 날이 언제 오려나, 아니 오기는 오려나? 격리 중이라서 그런가, 별별 생각이 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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