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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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경기회복을 언급할 때 등장하는 알파벳 대문자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제용어 등을 동원한 장황한 설명보다 시각적으로 알기 쉽기 때문이다.

‘V’형은 급격한 침체 뒤에 빠른 회복이다. 경기회복에 있어 가장 낙관적일 때를 지칭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이런 전망은 힘을 잃고 있다.

‘U’형과 ‘W’형도 관심을 끈다. U형은 V형 시나리오보다 경기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W형은 급속한 경기침체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이중 바닥’을 거치는 더블 딥(double dip·이중침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L’형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경제가 수년간 침체를 겪으면서 좀처럼 예전의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대표적이다. 저금리에 힘입어 급등했던 부동산과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경제가 장기 침체하는 ‘저성장의 10년’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K’형은 코로나19를 통해 새롭게 떠오른 모형이다. K자처럼 위로 올라가는 부분과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이 갈리는 패턴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극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층별로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날로 가난해지고 있다. 일용직,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반면은 고소득층은 대체로 소득이 줄지 않았다. 실물경제는 꽁꽁 얼어붙고 있지만,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고 저금리까지 가세하면서 부유층에게 유리한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과 증시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고용시장에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실직률이 훨씬 높다.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152만원으로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업종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과 온라인은 성장하고 있으나, 여행과 숙박업은 폐업과 휴업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V형은 경기회복에서 승리(victory)나 다름없다. K형은 상대의 타격으로 녹다운(knockdown)된 것이다. K형을 두고 ‘K 공포’라 부르는 것도 이래서다.

주식과 로또가 신기록을 세우며 행진하고 있다. 같은 듯하지만 다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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