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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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중국 한나라 고조인 유방은 자기 세력이 초나라 항우에게 미치지 못하자 자신을 잔뜩 낮추면서 신뢰를 쌓았다. 한편으론 암중모색하며 세력을 키웠다. 마침내 운명을 건 해하전투에서 항우를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몰아넣고 승리했다. 반객위주(反客爲主·손님이 나중에 주인 노릇을 한다)의 계책을 숨기고 기회를 엿보며 절치부심한 결과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마오쩌둥은 장제스의 국민당 군대와 싸울 때 16자(字)의 게릴라 전법을 사용했다. ‘적진아퇴(敵進我退), 적주아요(敵駐我擾), 적피아타(敵疲我打) 적퇴아추(敵退我追)’다.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고, 적이 멈추면 교란하고, 적이 피로하면 공격하고, 적이 후퇴하면 추격했다. 상옥추제(上屋抽梯)의 전략도 가미했다. 지붕 위로 유인한 후 사다리를 치우는 수법이다.

어떤 싸움이든 막강한 상대와 맞서기 위해선 능수능란하게 전략과 전술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는 선거 이후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단일화가 이뤄져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안 대표는 물론 야권 내 국민의당 영향력이 몰라보게 커질 수 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처럼 3석 밖에 없는 정당이 102석의 야당에 당당할 수 있다. 객이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야권 후보가 난립한 3자, 4자 구도로도 치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우려가 작용했다고 본다. 물론 현재의 당 지지율 1위가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주객이 전도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안 대표에 대해선 ‘선(先) 입당’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안 대표로선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막판까지 밀당할 것이다. 단기필마로 애매하게 들어갔다간 ‘상옥추제’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자중지란은 여당으로선 바라는 바다. ‘혼수모어(混水摸魚)’ 의 전략을 쓸 수 있는 판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저수지에서 분란이 일어나 물이 혼탁하면, 방향 감각을 잃은 물고기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삼각관계에서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 흥미롭다. 그 결과에 따라 누구는 뜨고, 누구는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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