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오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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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돈은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한다.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예부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한다는 설과 금, 은의 무게 단위인 돈에서 유래됐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예전엔 조가비, 가죽, 보석 따위를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금, 은, 동 등의 금속이나 종이로 제조한다. 그중 종이에 인쇄해 만든 것을 지폐라고 한다. 한데 우리나라 지폐는 면섬유를 재료로 쓴다. 내구성이 강하고 위조 방지를 위한 특수 인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인류 첫 지폐는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중국에서 발행됐다. 10세기 말 송나라 상인들 사이에서 사용됐던 교자(交子)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고려 말 ‘자섬저화고’라는 관청에서 생산한 ‘저화(楮貨)’가 효시다.

근대적 지폐론 1893년에 만들어진 호조태환권이 최초이다. 구화폐를 신화폐로 교환해 구화폐의 회수를 목적으로 발행됐으나 공적으로 통용되지 못해 상징적 의미로 남아 있다. 처음으로 유통된 지폐는 1914년에 나온 100원짜리 조선은행권이었다. 당시 100원은 쌀 서른섬 값이었다.

▲국내에서 현재 유통 중인 지폐는 4종류(천원권, 오천원권, 만원권, 오만원권)이다. 이 가운데 최고 단위 지폐는 오만원권이다. 황색으로, 크기는 154×68㎜이다. 모델은 신사임당이다. 돈으로 태어나기까지 40일, 장당 원가는 200원 남짓이다.

2009년 6월 23일에 첫 발행됐다. 올해로 만 12살이 되는 셈이다. 허나 비교적 짧은 기간 ‘대세 지폐’로 우뚝 섰다. 경제 규모 확대, 물가 상승 등으로 활용도가 확산된 탓이다. 그런데 결제수단보단 금고와 장롱 속에 보관되고 있는 오만원권이 상상 이상이다.

▲시중에 오만원권이 나돌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오만원권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게다. 지난 한 해 제주에서 환수된 오만원권이 대폭 줄어든 게 그 예다. 실제 2019년에 비해 6668억원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하경제에 유입됐다는 시선이 적잖은 이유일 게다.

이 와중에 도내에서 오만원권 돈 뭉치 증발 사건이 발생해 연초부터 도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분실된 금액만 145억원에 달한다. 지금껏 121억원이 회수됐지만 돈 주인이 누구인지를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많던 오만원권이 어디서 잠을 자는지 이젠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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