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행방불명 수형인 재심서 첫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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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행불인 10명 '무죄' 선고...나머지 329명도 무죄 가능성
재판부 "유족들 연좌제 굴레 벗어나고, 희생자는 좌우 이념떠나 편히 쉬길"
4.3행방불명 희생자 故 오형률씨의 아내 현경아씨(101세·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등 유족들이 21일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4.3행방불명 희생자 故 오형률씨의 아내 현경아씨(101세·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등 유족들이 21일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오늘 선고로 유족들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벗겨내고, 고인이 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오른쪽과 왼쪽을 따지지 않고 마음 편히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1일 고(故) 오형률씨 등 4·3행방불명 수형인 10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70여년 전 군사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행방불명 수형인들에 대한 무죄 선고는 처음이다. ★관련 기사 4면.

앞서 무죄를 구형한 검찰은 최종의견에서 “피고인들의 생사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70년을 넘게 기다린 유족들은 마음의 짐을 덜고, 4·3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치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 구형 직후 무죄 선고를 내렸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제주4·3은 미군정 통치로 인해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피고인들의 목숨마저 희생됐고, 가족들은 연좌제로 고통을 받아왔다”며 강조했다.

판결문이 낭독되자 법정은 기쁨의 탄식에 이어 눈물바다가 됐다. 3남매를 억척스럽게 키워낸 현경아씨(101세·여)는 “제주경찰서에 끌려간 남편(오형률씨)이 너무 춥다기에 옷을 가져다 준 후 73년간 보지 못했다.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을 얼굴을 볼 면목이 생겼다”며 흐느꼈다.

4·3당시 군사재판은 2차례 열렸다.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는 내란죄를, 1949년 6~7월 육군 고등군법회의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2530명의 수형인 중 18~19세 청소년을 포함 민간인 384명이 사형 당했다.

당시 제주에는 교도소(형무소)가 없어서 2146명은 전국 형무소에 뿔뿔이 흩어져 수감됐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은 수형인들이 군경에 끌려가 총살된 후 암매장돼 행방불명된 곳으로 알려졌다.

재심을 맡은 문성윤 변호사는 “행방불명인들의 객관적인 사망사실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판부가 사망자로 인정해 주면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단일 사건으로 300명 이상이 재심을 청구한 것은 대한민국 사법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데 사건을 심리해 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심 재판은 ▲경인(서대문·마포·인천형무소) ▲대전(대전형무소) ▲영남(부산·마산·김천형무소) ▲호남(광주·목포·전주형무소) ▲제주위원회 등 5개 위원회에서 각각 2명의 대표 청구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9년 6월부터 이들 10명을 포함, 모두 339명의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해 장장 18개월에 걸쳐 심리를 마무리했다.

향후 선고 공판에서도 나머지 329명의 수형인에 대해서도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4·3수형인에 대한 공판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던 시절, 수형생활로 인해 가족들이 좌익세력으로 몰려 피해를 볼까봐 수형인명부에 가명(假名)이나 아명(兒名)을 적으면서, 호적상 이름과 일치하지 않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이날 환영 메시지를 통해 “오늘의 무죄 구형과 무죄 선고가 4·3 행방불명 수형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죄 없는 게 죄’였던 암울한 시기를 살아야 했던 이들은 아직까지도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제주와 전국 방방곡곡에 잠들어 있다”며 “행방불명 수형인을 비롯한 4·3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하루속히 치유하기 위해 는 2월 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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