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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아들집에 갔을 때 손녀가 할머니랑 잔다고 하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하루는 잠자기 전에 책 한권을 읽고 자자고 하면서 하는 말이 할머니, 꿈나라가 좋아요, 아니면 깊은 잠나라가 좋아요 하고 물었다. 순간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생각하면서 얼떨결에 깊은 잠나라가 좋다고 대답하자 자기도 깊은 잠나라가 좋다고 한다. 왜냐하면 꿈나라는 무서워서 싫다는 것이다. 아마도 무서운 꿈을 꿀 때가 있었나보다. 다섯 살 밖에 안 되었는데 깊은 잠나라가 좋다고 하는 손녀를 안고 잠시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곤히 잠이 들었다. 잠자는 손녀의 얼굴은 세상 어느 꽃과도 견줄 수 없는 미소가 절로 나오는 행복의 꽃이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배냇짓을 하며 잠자는 아기모습에서 고단함이 스르르 녹아지고 새 힘을 얻는 최고의 피로회복제이다. 말썽쟁이아이들도 울다 잠든 모습을 보면 부모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것에 대해 속상해 하면서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안쓰러움으로 눈물 흘리며 조금씩 성숙되어간다. 잠자는 모습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무장해제에서 온 평온함 그 자체이니까.

지치고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잠은 견딜힘을 얻을 수 있는 평온한 나라로 떠나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이며 최고의 보약이다. 그래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몸이 병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예민해서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제대로 못자는 사람도 있고 또 잠잘 시간을 조금만 놓쳐도 잠들기가 힘든 사람이 있는 반면 앉아 있어도 베개만 머리에 갔다대도 금방 잠에 빠지는 잠복이 많은 사람이 있다. 정말 부러운 사람이다. 언제부터인가 잠자리 들 때마다 중간에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베개며 이불을 바꿔보지만 소용없다. 오늘은 세상모르게 잠을 잘 자서 아침인가 하다보면 한 두 시간 정도 잤을 뿐일 때도 종종 있다. 그때부터는 잠을 더 자야 한다는 생각에 잠과 씨름을 하다보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몰려온다. 집을 지었다가 헐기를 수십 채가 되어도 날은 밝지 않고 머리만 무거워지고 미간에는 내 천자()가 더 선명해진다. 잠을 더 자야만 된다는 집착이 강할수록 잠은 더 멀리 도망가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 생각에서 벗어나 잠이 깨면 그냥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한다. 몸이 말하는 대로 잠이 오면 자고 그렇지 않으면 미루어 두었던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니 많은 시간을 벌고 있다. 잠이 깰 때는 필요한 만큼 잤으니 깨진다고 생각하니 잠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에 사로잡혀 꼼짝달싹 못하는 것이 어찌 한 둘일까. 그 장벽을 무너뜨리며 올 한해 진정한 새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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